배민, 자체 개발 로봇 딜리 테헤란로서 선봬
코엑스 일부 매장서 실증 사업, 업데이트 예정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로봇이 배달하나봐, 횡단보도도 건너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Dilly)’가 서울 삼성동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삼성동 코엑스 내부, 테헤란로 거리를 지나가던 소비자들은 딜 리가 배달하는 과정에 관심을 뒀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를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에 투입해 실외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서울시, 강남구, LX한국국토정보공사, LG전자, WTC Seoul 등 기업과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엑스몰을 중심으로 테헤란로 일대에 대규모 서비스 로봇 실증 사업을 선보였다.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 / 사진=한다원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 / 사진=한다원 기자

이번 실외 로봇 배달 서비스는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 1단계 사업의 후속으로, 코엑스몰에서 인근 건물까지 로봇 배달 서비스를 구현한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8월 코엑스몰에 서빙로봇을 도입해 첫 서비스를 개시했고, 10월엔 코엑스몰 내 식음료 매장에서 트레이드타워로 식음료를 배달하는 실내 로봇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기존 배달의민족 사용법과 비슷하다.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코엑스몰에 있는 식음료를 주문하면 딜 리가 실외에서 식음료를 싣고 건물위치를 파악해 지정된 장소까지 배달한다. 현재 딜리는 시범 운영으로, 배달 가능한 건물은 코엑스몰 인근 테헤란로 87길 내 6곳이다. 딜리의 배달 시간은 단건 배달로 평균 30분이다.

배민 앱으로 딜리를 통해 배달 주문을 끝내면 고객은 모바일앱에서 배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문접수, 출발, 도착 예정, 도착 등 일련의 과정을 알림톡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딜리는 예비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투입된다.

딜리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등의 센서를 활용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주변 사물과 장애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한다. 코엑스몰 내부에서 딜리는 사람들의 동선을 감지해 고객과 가까워지면 멈추거나 방향 전환을 통해 배달 업무를 지속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보행로에서는 행인을 피하기도 했고, 돌발상황에서도 빠르게 새로운 경로를 생성하는 고성능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고객 이용률도 좋은 편”이라며 “생소하긴 하지만 한번 이용한 고객은 재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로봇은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로봇이다. 로봇사업에 뛰어든지 7년 만에 선보인 로봇이다. 그간 배민 로봇은 국내외 업체에서 개발한 로봇을 커스터마이징해 실증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번 딜리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 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음식을 가장 맛있는 상태 그대로 배달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고 강조했다. 딜리 6개의 바퀴에는 독립 서스펜션을 장착해 비포장도로나 연석 같은 울퉁불퉁한 표면을 지날 때도 속도는 유지하면서 음식이 쏟아지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했다.

코엑스몰 내 딜리 로봇 안내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코엑스몰 내 딜리 로봇 안내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실내 로봇이 주문한 커피를 받아 배달가는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실내 로봇이 주문한 커피를 받아 배달가는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아울러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를 앞뒤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설계해 고속 주행시 안정적으로 이동하게 하는 것은 물론,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복도 등 좁은 공간에서도 방향 전환이 쉽도록 했다. 먼지나 비도 견딜 수 있는 IP54 방수, 방진 등급을 확득해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기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딜리에는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과 소통 기능이 도입돼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어울려 원활하게 배달 서비스가 가능하다. 로봇의 높이는 일반적인 책상이나 식탁 높이인 720㎜로 설계돼 사용자가 허리를 많이 굽히지 않고 음식을 넣거나 꺼낼 수 있게 했다.

배민 관계자는 “딜리 전면부에는 LED로 딜리 표정을 드러낼 수 있게 했다”면서 “업데이트를 통해 상황별 음성 안내 기능을 담아 엘리베이터나 좁은 길 등에서 사람들에게 고마움이나 미안함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딜리는 최대 30㎏ 무게의 물건들을 적재할 수 있다. 적재함 부피는 25.6ℓ로 2ℓ 생수병 6개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다. 또 기존 충전 방식과 달리 배터리 교체 방식을 채택해 운영 시간 중 방전될 경우에도 빠르게 서비스에 재투입할 수 있다.

앞으로 배민은 딜리를 실외 로봇 배달뿐 아니라 실내외를 아우르는 로봇 배달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된 딜리를 앞세워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구현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서울 내 아파트 단지에서도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는 “복잡한 도심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를 자체 기술로 구축했다”면서 “이번 실증이 배달 로봇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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