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전동화 전환도 지원···한국 투자 매력도↑
폴스타 등 후속투자···“車 업체가 투자 이끌어야”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투자 계획.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국내 전기차 생산에 투자하며 외국자본(외자) 유치를 촉진할 가능성에 업계 시선이 모인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국내 생산을 추진하며 이에 협력할 부품 업계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면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자동차가 오는 2026년 1분기 가동개시할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의 가상 조감도.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오는 2026년 1분기 가동개시할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의 가상 조감도. / 사진=현대자동차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르노코리아는 국내 전기차 생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부품업체들의 사업 전동화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 1분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현대차 울산공장 내 부지에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는 해당 공장에서 전기차를 연간 2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기아는 앞서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시에가동 중인 공장(오토랜드 화성)에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생산공장을 짓기로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과 함께 국내 부품 업계의 사업 전동화 전환을 지원하는 중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부품사의 미래차 시장 경쟁력 강화를 돕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시하는 한편 협력사의 친환경차 부품 개발자금 지원, 2·3차 협력사 공급망 안정화 기금 조성 등을 위해 5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각종 지원방안들은 모두 협력사의 미래차 시장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MOU 체결식에서 “자동차 산업의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을 위해서는 완성차, 부품업계, 정부, 유관기관이 한 팀이 돼 유기적 협업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며 “미래차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업계에 대한 상생과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서 전기차 2종 양산···외자 대규모 유치

르노코리아의 최근 국내 전기차 제조 결정은 외국 자본 투입이 결정된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결단과 사뭇 다른 시사점을 남겼다. 르노코리아는 최근 부산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 프로젝트 두 개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6년 프로젝트명 ‘오로라3’로 명명된 순수전기차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일 스웨덴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중형 전기 SUV 폴스타4를 2025년 하반기 양산 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중 오로라3를 비롯한 전동화 모델 3종 출시 계획에 1조원 가량 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폴스타4는 현재 생산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어 투자 규모가 미정이다. 다만 유럽,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지역 경제 기여에 대한 업계 기대가 크다.

폴스타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전기차 폴스타4가 만들어지고 있다. / 사진=폴스타
폴스타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전기차 폴스타4가 만들어지고 있다. / 사진=폴스타

르노코리아의 낭보는 주요 주주인 중국 지리그룹의 미국시장 우회 공략 의지와 부산공장의 품질 경쟁력이 작용한 덕분이란 분석이다. 이뿐 아니라 국내 전기차 산업의 우수한 경쟁력이 투자를 이끌어낸 요인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르노코리아(당시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2020년까지 7년여 간 순수전기차 SM3 Z.E를 생산한 경험이 있고, 이 과정에서 국산 부품사와 협력해오며 생태계를 육성·주도한 것이 주효했단 분석이다. 이후로도 르노코리아는 지난 수년간 전동화 시대에 대응해 전기차 생산 역량 확보에 힘써왔다.

르노코리아는부산공장 내 전기차 산업 연구개발·생산을 위한 산업단지(에코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산단 조성을 위해 부산광역시와 부품업체 등 정·학·연 주체와 협약도 맺었다. 르노코리아 외에도 독일 셰플러, 프랑스 발레오 등 외국 업체들이 지난 1년여간 국내 생산 투자를 단행하며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업계는 르노코리아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이 현대차그룹에 이어 국내 전기차 생산 투자 분위기에 가세했다고 평가한다. 그간 강성 노조, 고임금 등 악조건 때문에 제조 경쟁력을 저평가 받아왔던 한국이 이번 외자 유치로 재조명받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자동차 생태계 경쟁력은 완성차 업체가 잘할 뿐 아니라 이들과 힘 모을 협력사들의 경쟁력 수준도 중요한 관건”이라며 “르노코리아는 그간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며 전동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GM, 전기차 생산 후발주자 유력하지만···“생산여부 논의 안해”

국내 전기차 제조 현장이 글로벌한 주목을 받으려면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지닌 완성차 업계들이 나서야 한단 지적이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조사연구실장은 지난 7월 열린 포럼에 참석해 “국산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이 선도적으로 수행돼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수요처가 늘어나 부품기업 역시 미래차 산업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노, 폴스타에 이어 국내 전기차 생산을 추진할 수 있는 외국계 업체로 GM 한국사업장이 꼽힌다. GM 한국사업장은 국내 R&D, 디자인, 완성차 생산공장 등 사업 인프라 전반을 갖췄다. 다만 미국 본사의 투자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입장이다. 

GM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전기차 생산 여부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GM 한국사업장이 미국 본사에 국내 전기차 생산을 수년 전부터 요구했지만 국내 전동화 분야 부품사들의 풀이 부족한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며 “다만 국내 다수 부품사가 볼트EV 미국공장에 60% 넘는 국산 부품을 공급하는 등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다 GM 한국사업장이 인건비, 중소형차 생산능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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