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 새 후보군으로 민과 관 금융권 인사 물망
화두는 출신···"금융당국과 적극적 소통 필요" 관료 출신 선호
특별히 관 출신이어서 더 역할 잘 수행했다는 근거 미약
인물 역량 중요···출신 잣대로 평가하는 것, 옳은 일인지 고민해봐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금융업권 협회장 선출을 위한 선임 경쟁이 막을 올렸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연합회장은 연봉이 7억원에 달하는 금융권 최고의 고연봉 직군인데다 과거 회장 중에는 이력을 발판 삼아 정부 고위직으로 옮긴 사례도 있어 매력적인 자리로 꼽힌다. 임기 또한 3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민과 관 양쪽의 거물급들이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은행연합회는 금융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조직이다. 소속 금융사만 모두 57개사다. 정사원인 금융회사가 23개사, 준사원인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34개사다. 새 회장 후보군으로 많은 민과 관계의 금융권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다. 은행연합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다음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손해보험협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인선 경쟁 또한 치러질 전망이다.

현재 화두는 출신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 분야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만큼 정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관료 출신이 민간보다는 경쟁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관료 출신이 와야 원활하게 정부와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과거부터 은행연합회장 자리는 관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역대 14명의 은행연합회장 중 민간 출신은 4명뿐이었다. 항상 경제관료 중심으로 연합회장이 선출되는 모습이 강했다. 4명뿐인 순수 민간 출신 회장들도 대부분 정치권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출신이 정말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회장이 민 출신이면 안되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이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인지 제대로 논의해보기도 전에 과도하게 출신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0일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롱리스트 6명을 결정했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번 후보군은 비교적 관료 출신 집중 경향이 이전보다 옅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명의 롱리스트 가운데 5명이 순수 은행 출신의 전·현직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로 구성됐다.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CEO로 금융권에 진입한 이른바 관 출신 인사는 1명 뿐이다.

되돌아보면 관료 출신이어서, 내부 출신이기 때문에, 정치권 출신이라서 특별히 더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근거는 미약하다. 해당 인물의 '역량' 문제였을 뿐, 그럴 것이다는 가정과 편견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민 출신이어도 당국과 잘 소통할 수 있고 관 출신이어도 업계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오히려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출신만 부각하다 보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을 놓칠 수 있다.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내려온 낙하산 인사라면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역량을 갖춘 인사를 그저 출신을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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