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에너지 요금 현실화 필수···국가 부담으론 한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뉴저지에서 추진되던 풍력발전소 프로젝트 2개가 중단된 데 이어, 미국 뉴스케일 파워가 추진 중이던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젝트도 전면 무산됐다. 

문제는 비용이다.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의 사업비용이 증가하며 발전 단가가 올랐다. 비싼 전기를 사줄 수요자도 줄었다. 막대한 재정 지원에도 업체들은 "혜택을 더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신규 원전, 풍력발전 투자비의 30%에 이르는 세액공제와 대출 보증 등 혜택을 제공한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수소 산업도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수소산업 선도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도 최근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정부 재정 지원이 지연되면서다.

바다 건너 한국은 사정이 더 딱하다. 내년 친환경 에너지 관련 정부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올해 1조원에서 내년 6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수소차 보급 예산은 올해 6300억원에서 내년 6200억원으로 감액됐다. 

일각에선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돈 먹는 하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탄소중립에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만큼 전기요금도 비싸진다. 

하지만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라는 건 틀림이 없다. 국제 사회의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에너지 구조를 바꾸기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정부가 모두 떠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처럼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기에는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에너지 요금 현실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 속에선 정부 지원도 제한된다. 결국 에너지 전환도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와 가스 요금은 묶어두고 사업자들끼리 비용을 나눠 부담하라는 사업 구조는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에너지 전환과 넷제로를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소비자인 국민도 미래 세대를 위한 탄소중립 과제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도 전기요금 동결이라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판매 비율의 절반가량인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는 임시방편보다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을 구체화하고 국민에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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