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울산서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개최, 2년 후 가동 돌입
울산공장은 세계진출 자양분···“유산 계승해 혁신 모빌리티 구현”
정의선 회장 “인간친화적 설비 도입, 사람이 최우선”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공식 현장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재산은 사람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3일 울산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사람을 우선시하는 인본주의를 강조하며 전한 말이다. 지난 50여년간 이어온 성공의 역사를 위해 힘 모아온 임직원들의 노고를 기리고, 전기차 시대에도 인재 중심 경영을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가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추세에 대응해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으며 ‘100년 기업’의 꿈에 도전한다. 근로자 중심의 설계와 운영방식을 도입하며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 원천인 ‘휴먼 파워(human power)’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 현장의 출입부. / 사진=최동훈 기자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 현장의 출입부. / 사진=최동훈 기자
13일 오전 울산 북구 명촌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주행시험장 부지에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13일 오전 울산 북구 명촌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주행시험장 부지에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날 울산 북구 명촌동에 위치한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 부지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비치는 햇볕 덕분에 따뜻했다. 울산공장과 태화강 사이에 위치한 공장 부지는 공장 출입문에서 차를 타고 가도 5분이나 달려야 도착할 정도로 멀었다. 공장 사이를 흐르는 명촌천에 오리 몇 마리가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친환경차 생산 공장 착공을 기념하는 이날 행사의 취지와 겹쳐 보였다.

현대차는 2조원을 들여 54만8000㎡ 면적의 울산 주행시험장 부지에 연간 20만대의 전기차가 양산 가능한 공장을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이듬해인 2026년 1분기부터 전기차 양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처음 만들어질 모델은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공장은 전기차만 생산할 뿐 아니라,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의 신기술을 옮겨 적용한 미래형 공장으로 설립되는 점에서 차별화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 부품물류·조립설비 자동화, 저탄소 공법, 유연생산 시스템 등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특징에도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려는 현대차 의지가 담겼다.

현대차가 13일 울산 주행시험장에 구축한 전기자 전용공장 기공식 행사장의 출입부. / 사진=최동훈 기자
현대차가 13일 울산 주행시험장에 구축한 전기자 전용공장 기공식 행사장의 출입부. / 사진=최동훈 기자

◇2026년 가동 개시···첫 모델은 제네시스 초대형 SUV

현장에서는 이미 높은 설비가 세워져 있고 덤프트럭이 흙길을 바쁘게 달리며 각종 자재들을 실어날랐다. 부지 한쪽에 자리잡은 흰색 기공식 행사용 건물의 출입문은 56년 전 울산공장 설립을 축하할 때 쓰였을 법한 디자인과 글씨체가 적용돼 있었다.

전기차 전용공장이 지어지는 주행시험장과 바로 옆 울산공장은 오늘의 현대차를 만든 마더 플랜트(mother plant)로 여겨진다. 고(故) 정주영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968년 국내 최초의 자동차 생산공장인 울산공장을 짓고 같은 해 전국에서 몰려온 기술공들과 함께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한국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임직원들의 꿈이 한데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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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차량인 코티나를 조립하는 것으로 가동 개시된 울산공장은 7년 뒤인 1975년 최초의 한국 차인 포니를 만들기 시작하며 독자 생산의 역사를 열었다. 이후 여러 모델이 후속 생산돼 국내외 보급되며 현대차와 한국의 경제적 성장에 기여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기공식 현장에서 “반세기전 자동차 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현대차는 우리 기술자의 손으로 국산 고유 모델을 만들었다”며 “울산공장에서 축적해온 생산 기술은 전세계 다양한 곳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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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울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시험용 전기차 쏘나타 EV가 기공식 현장에 전시돼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행사 건물에는 울산공장과 주행시험장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료를 비롯해, 이곳에서 근무하던 임직원들의 손길이 남은 도구들과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었다. 현장에 전시된 차량으로 울산공장에서 처음 만들어진 차량인 코티나와, 1991년 당시 판매된 중형 세단 쏘나타를 기반으로 현대차가 개발한 시험용 전기차 쏘나타 EV가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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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3년 포니 쿠페 개발 프로젝트에 동참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기공식 현장에 복원 전시된 포니 쿠페 콘셉트카 앞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들 차량 옆에는 현대차의 고성능차 출시 열망이 담긴 1974년식 포니 쿠페 콘셉트카와,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22년 탄생한 고성능 수소-전기 하이브리드차 N 비전 74가 전시됐다. 모두 울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량들로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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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 / 사진=최동훈 기자

◇정의선 회장 “선배들의 헌신 덕에 현대차 꿈 실현”

현장에는 차량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작업 중 메모를 기록한 수첩과 작업용 도구, 사물함, 급여명세서 등이 진열돼 있었다. ‘근면, 검소, 친애’라고 적힌 사훈 액자 아래 조명받고 있는 각 전시물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물건들이었다. 다만 현대차는 각 물건들이 울산공장과 기업, 한국 경제의 발전에 밑거름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내년 1월 울산공장 내 문화회관에 이번 헤리티지 전시물들을 두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무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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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의 첫 해외 수출을 보도한 당시 뉴스 영상이 구형 TV를 통해 재생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정 회장은 “반세기 전 현대차의 원대한 꿈이 실현될 수 있었던 건 오랜 기간 묵묵히 힘써준 기술자 선배들의 헌신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과거 기술자 작업자 여러분들뿐 아니라, 높은 품질의 차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날 임직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이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는 차처럼 울산공장도 개개인의 역량이 합쳐져 기적을 만들어낸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새 시장을 개척하며 배운걸 서로 나누고 큰 꿈을 이뤄나간 선배들에게서 볼 수 있듯, 미래 모빌리티에도 사람의 힘이 여전히 강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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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울산공장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급여명세서가 전시돼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톱3’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내외 곳곳에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 10월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가동 개시해 거대 전기차 시장인 현지의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성장이 전망되는 동남아 시장에 전기차 생산시설을 구축해 시장 입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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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울산공장 직원들이 사용했던 사물함. / 사진=최동훈 기자

최근 경기 둔화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주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로 이어지는 업계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단호히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는 “전기차 자체는 크게 볼 때 대세인 것 같다”며 “전기차 수요가 지속 창출될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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