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시작 20여분 만에 500인분 동나···아파트-요식브랜드 첫 협업 사례

지난 11일 사보텐 셰프들이 현장에서 직접 돈카츠 500인분을 제조하는 모습. 아워홈과 캘리스코는 불과 2년 여 전만 하더라도 서로 법적 분쟁을 벌일 정도로 남매의 난이 극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자매의 콜라보로 변화해 눈길을 끈다.
지난 11일 사보텐 셰프들이 현장에서 직접 돈카츠 500인분을 제조하는 모습. 아워홈과 캘리스코는 불과 2년 여 전만 하더라도 서로 법적 분쟁을 벌일 정도로 남매의 난이 극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자매의 콜라보로 변화해 눈길을 끈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통 일식 돈카츠 브랜드 사보텐이 아파트 커뮤니티에 깜짝 등장했다. 사보텐 셰프들이 직접 방문해 주말 점심식사 특선을 선보인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돈카츠와 우동, 달콤한 초콜릿까지 즐긴 아이들은 물론이고 남녀노소 모두 그 기획과 맛에 만족해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신축 아파트의 커뮤니티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요식업 브랜드가 커뮤니티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단지 안에서 즐기는 모듬카츠, 20분 만에 식사권 완판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에 사보텐 관계자들이 나섰다. 이날 메뉴이자 등심, 안심, 새우카츠가 모두 나오는 모듬카츠 준비를 위해서다. 

해당 단지에서 커뮤니티 식사를 이용하려면 아파트 자체 어플리케이션에서 예약해야 한다. 하루 전 저녁 예약이 가능하며 한식 또는 양식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한식이 먼저 품절되지만 이날만큼은 사보텐의 등장으로 양식이 더 빨리 판매됐다. 약 20분 만에 준비수량인 500인분 예약이 마감된 것이다.

식사와 함께 증정된 100% 당첨 복권 증정도 사람들의 흥미 요소였다. 10만원 등 캘리스코 외식상품권을 비롯해 캘리스코 보유 브랜드인 사보텐, 히바린, 타코벨 메뉴 쿠폰이 준비됐다. 매장에서 쓰는 집기, 현장에서 갓 튀겨낸 따뜻한 음식,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셰프의 조리와 배식까지 훌륭했다는 평이다. 현장에서 근무한 한 셰프는 “인기 외식 전문점 못잖게 현장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식사 비용은 다음 달 관리비로 청구된다.

◇‘남매의 난’ 후 ‘자매 콜라보’···요식업계, 아파트 커뮤니티 시장 진출 신호탄 될까

해당 아파트 커뮤니티 내 중·석식 서비스는 범 LG가의 식품기업인 아워홈에서 운영한다. 이날도 아워홈이 기획한 특식데이였다.

불과 2년여 전만 하더라도 아워홈과 캘리스코 브랜드 간 협업은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의 자녀 간 경영 분쟁 때문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구자학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 3녀(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장녀 미현씨, 차녀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이사, 막내 구지은 부회장)를 뒀는데, 이 가운데 막내 구지은 부회장은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수업에 임하며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다. 그러나 LG가 특유의 장자승계 원칙을 이유로 구지은 부회장의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15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구지은 부회장은 관계사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밀려났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간 갈등은 2019년 극에 달했다. 구 전 부회장이 자신의 아들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 건으로 구지은 부회장(당시 캘리스코 대표)을 압박하며 캘리스코에 식자재 납품을 중단한 영향이다. 다만 이듬해인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을 이유로 1심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같은 해 6월 아워홈으로 복귀하며 경영권을 차지했고, 구지은 부회장이 맡던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에는 구 부회장의 둘째언니인 구명진 씨가 올해 초 이름을 올렸다. 남매 간 싸움에서 자매간 콜라보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이렇게 아파트 커뮤니티에 첫 진출한 사보텐,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이사인 자매간 협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워홈 관계자는 “커뮤니티 내 식당 운영을 저희가 하기 때문에 이날 캘리스코 식재료도 아워홈이 납품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캘리스코가 향후 아파트 커뮤니티 시장 진출을 확대해 매출 개선을 시도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또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커뮤니티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타 요식 브랜드들도 아파트와의 협업을 시도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캘리스코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 단지에 들어간 첫 사례”라며 “지금도 아워홈을 통해 강남권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꾸준히 요청이 들어온다. 아워홈이 제안하면 검토에 들어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라면 근래에는 설계에 조리시설 공간과 식당은 넣는게 요새 트렌드”라며 “입주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요식업계와의 협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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