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개정안 토론회 진행···가업승계 세부담 완화·혼인 증여재산 공제 ‘주목’
자산양극화 악화 우려 경제 활성화 기대 엇갈려···세수효과 이견, 증세 필요성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긴 가업승계 세부담 완화안과 혼인 증여재산 공제 신설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라고 보지만, 상증세 회피수단과 자산불평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가 각각 주장하는 건전재정과 재정지출 확대에 모순이 있고, 세입 확대를 통한 증세가 필요하단 진단도 나왔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는 정부 세법개정안의 기본방향과 주요 내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새정부 출범으로 인해 세제의 기본 틀을 바꿨던 지난해에 비해 파급력이 큰 내용은 적다. 다만, 개정안 내용 중 가업승계 관련 세부담완화와 혼인 증여재산 공제 부분은 주목도가 높은 사안이란 분석이다.  

◇기재부, 가업승계 세부담 완화·혼인 증여재산 공제 추진 의지 강조

기재부는 가업승계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업승계시 증여세 저율과세구간을 상향하고, 연부연납기간을 확대하며 사후관리기간 업종변경을 완화하겠단 방침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우리나라는 상속세와 증여세율이 똑같이 최고세율이 50%가 적용되고 있다. 대주주 할증까지 붙으면 사실상 60%까지 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이 수준의 세율론 실질적으로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여러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60억원 이하인 10% 세율 적용 구간을 300억원으로 상향하고, 업종변경 허용 범위는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한다.

정 실장은 “지나친 혜택이라 볼수도 있겠지만 가업 승계는 기본적으로 승계 당시엔 낮은 세율을 적용하지만, 실질적으로 창업주가 사망하면 그 부분이 그대로 다시 다 과세금액에 산입된다. 승계 과정에서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는 것이지 근본적 세부담 완화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혼인 증여재산 공제는 혼인 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4년간)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1억원을 추가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랑·신부 혼인증여재산공제(각 1억원)과 현행 공제(각 5000만원)을 함께 활용하면 최대 3억원까지 지원 가능하다. 

정 실장은 “부자감세다, 실효성이 있겠냔 논쟁이 많은데 하나의 제도가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제도는 거의 없다”며 “제도가 상당히 의미가 있고 각각의 효과가 있음에도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는 것 또한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혼인 증여재산 공제 신설은 혼인, 출산 장려에 대한 기초적 제도를 만들잔 뜻”이라며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노령층에서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데 여러 기회를 통해 자녀세대로 소득이 이전돼야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제도 필요성을 설명했다. 

◇“상위 자산가 혜택 집중”vs“젊은층 이전 촉진”···국회 논의 쟁점 예고

전문가 평가는 엇갈렸다. 가업상속공제가 상속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고,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도 상위 자산가 집단에게 공제혜택이 집중될 수 있단 지적이 나왔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상 소득공제 제도가 상증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기에 본래 사업소득 공제 취지에 맞게 대상이나 한도를 축소조정하고 업종변경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증여재산 공제 문제도 순자산 불평등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방향이 젊은세대로의 부의 이전 촉진 측면에서 타당한 접근이란 분석도 있었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여세율이 상속세율과 똑같이 높은 것은 문제”라며 “지금 고령화로 부모가 돌아가셔도 자식 나이가 70대가 넘다보니 재산을 받아 쓸 데가 없다. 젊었을 때 부모 재산을 젊은이에게 가게 해 창업도 하게하고, (설령) 소비로 탕진해도 노인이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보단 국가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세법개정안에 담긴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면세대상 확대가 불요불급하단 지적도 있었다. 이 교수는 “어떻게 보면 반려동물이 없는 가구가 있는 가구에게 보조금을 주는 식”이라며 “이보단 치료비가 사람보다 반려동물이 비싼지에 대해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접근해 진단하는게 맞다. 면세한다고 소비자 가격이 확 낮아질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자리에는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신항진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장,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류성걸 국민의힘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자리에는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신항진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장,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류성걸 국민의힘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혼인 증여재산 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는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혼인 증여재산 공제 한도는 결혼자금 추가 한도보다 기본공제한도를 물가상승에 따라 조정을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자금 용도는 혼인 지원 목적의 결혼자금보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양육비 지원 목적의 증여에 대한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 대해선 “소수 인원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은 증여가액 70억원 이상인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된단 분석이다.

반면,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혼인공제 신설은 미루던 결혼을 빨리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 있다”며 “가업승계 증여세는 직종별 분류에 있어 검토할 부분이 있다. 대분류의 경우 제조업은 모든 제조 기준이 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건전재정·재정지출 위해 증세 필요···기재부·예정처 간 세수효과 이견 노출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여당과 야당이 주장하는 조세정책의 모순을 지적하며 세입기반 확대, 증세가 필요하단 조언도 있었다. 현재 국세가 예산 대비 59조원 가량 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건전재정 기조를, 야당은 재정지출 확대를 각각 강조하고 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전재정을 회복하고 유지해야 재정이 지속 가능하고,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도 중요하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감세를 얘기하는 것은 모순된 측면이 있고, 재정지출 확대를 얘기하면서 재원 조달 방안을 얘기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전재정도 중요하고, 필요한 지출도 확대해야 한다”며 세입기반을 확대하고 증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효과, 세부담 귀착을 두고는 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간 이견이 노출됐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으로 세수가 순액법 기준 4719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으나 예정처는 6389억원 줄 것으로 전망했다.

신항진 예정처 추계세제분석실장은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반려동물 관련해 우리는 추계를 했지만 정부는 하지 않아 차이가 발생했다”며 “세부담은 정부 예상 대비 서민중산층은 798억원 플러스되고 대기업은 1294억원 감소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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