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호실적 영업·투자부문 관련 임원 승진
'여승주 체제' 지속···인사 앞당겨 내년 구상 마무리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보험영업과 투자부문 모두 좋은 성적을 낸 한화생명이 관련 임원을 미리 승진시키는 등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임원 인사를 조기에 마무리해 내년 사업구상을 미리 마무리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생명은 내년에도 영업과 자산운용에 고삐를 쥐어 생명보험업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김정수 마케팅실장 상무, 김국진 제휴영업본부장 상무, 유창민 전략투자본부장 상무를 각각 전무로 임명했다. 이번에 승진한 세 명의 전무는 지난 2021년 연말 인사 당시 상무로 선임돼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 전무 승진 인사와 함께 김호두·박성수·양길섭·이동호·최현경 등 5인도 상무로 임명했다. 

금융권 인사가 보통 연말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두 달 넘게 빨리 이뤄진 셈이다. 내년 사업 계획을 빠르게 정하기 위해 미리 인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한화생명의 설명이다. 여 대표는 지난 9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화생명은 여 대표 중심의 체제가 공고해진 만큼 인사를 빠르게 마무리해 내년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무 승진 인사는 한화생명이 올해 영업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한화생명은 올해 영업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지난해에 GA 업계 1위 규모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해 제판분리(상품 개발과 판매 분리)를 단행한 이후 올해 초엔 대형 GA 피플라이프를 품에 안았다. 초대형 GA를 탄생시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지난 5월 초 한화생명이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을 꺾고 초회보험료 업계 1위에 올랐다. 이후 삼성생명이 그간 유지했던 보수적인 기조를 깨고 업계 최고 수준의 판매 수당을 내거는 바람에 1위자리를 다시 내줬지만, 업계에선 한화생명의 행보가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한화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크게 늘렸다. 이 보험은 대체로 5~7년의 짧은 납입 기간 안에 보험료 납입을 완료하는 상품이다. 

덕분에 한화생명의 상반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1조359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 급증했다. 새로운 계약으로 보험사가 미래에 얻을 이익이 크게 늘었단 의미다. GA 판매 실적이 크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시그니처 암보험’ 등 최신 경향을 반영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적절히 홍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자산운용 부문도 올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자산운용수익률은 3.83%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포인트 가까이 크게 올랐다. 경쟁사들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물론 변액보험 관련 금융손실이 발생해 올 상반기 투자실적 자체는 작년 동기 대비 줄었다. 하지만 3분기에 변액종신보험에 대한 회계기준을 변경해(변동수수료모형 적용) 투자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액보험을 제외한 일반계정의 상반기 투자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생명보험 시장은 '위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구·가족구조의 변동으로 인해 핵심 상품인 종신보험의 판매 규모는 매년 줄어든다. 질병·상해·간병보험 등 제3보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 조직을 키워 대규모 성장을 이끌어내는 한화생명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은 내년에도 여 대표 중심의 조직체계를 바탕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임원 인사는 마무리됐지만 직원 인사는 예정대로 연말에 진행될 것”라며 “또 조직개편은 회사 전략에 따라 향후에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자료=한화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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