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는 급증···KB국민은 3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서울 본점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우리은행이 대규모 파생상품거래 손실을 입으면서 시중은행의 고유자산운용(트레이딩) 실적에 관심이 몰린다. 고객 자금이 아닌 은행의 자본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직접 사고 팔아 이익을 내는 트레이딩은 은행의 자산관리(WM) 부문과 함께 핵심 비이자이익 사업이다.  

우리은행은 그간 트레이딩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믿었던 파생운용 파트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올해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국민은행도 트레이딩 부문 실적이 계속 밀려 고민인 분위기다. 반면 신한·하나은행은 올해 트레이딩 실적이 크게 늘면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우리은행, ESL 거래 962억원 손실 발생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주가연계증권(ELS)상품 관련 파생거래로 올해 2분기 962억원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ESL 평가손실이 커지자 장기옵션거래 확대를 통한 헤지전략을 실행했으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계속된 탓에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실 규모는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라며 "더불어 은행과 증권사 간 투자거래에서 비롯된 손실이기에 고객 손실과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입장에서 이번 손실은 뼈아플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우리은행 트레이딩 부문 중 파생거래 파트는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3분기까지 우리은행의 외환·파생거래 이익은 7750억원으로 국민·신한은행보다 더 많았다. 덕분에 전체 트레이딩(유가증권·외환·파생상품 운용) 실적도 4대 은행 가운데 큰 격차로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에 증권운용부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지던 채권 운용 분야를 강화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여파로 WM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게 되자 트레이딩 사업을 키워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자 한 전략이다. 하지만 믿었던 파생상품 운용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선 WM 부진을 트레이딩으로 만회하려다보니 무리하게 운용하다 이번 손실이 발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의 전체 트레이딩 실적은 시중은행 최하위로 내려갔다. 우리은행의 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트레이딩실적은 514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하지만 경쟁 은행들은 더 크게 늘어나 ‘꼴찌’로 내려앉은 것이다. 3위인 국민은행에게 약 200억원 뒤졌다. 이번 손실이 아니었으면 3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셈이다. 

올해 시중은행의 트레이딩 실적은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 3분기까지는 시장금리가 계속 가파르게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얼어붙어 시중은행의 운용 실적은 바닥을 쳤다. 특히 은행은 운용 자산의 대부분이 채권이기에 금리 상승은 대규모 평가손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트레이딩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자료=각 사 팩트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팩트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신한, 펀드 평가이익으로 1위 등극

하지만 국민은행도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손실(-753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가까스로 꼴등을 면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벌'인 신한은행은 작년 동기 대비 180% 넘게 늘어난 7000억원의 이익을 거두면서 트레이딩 실적 1위에 올라섰다. 하나은행도 6배 넘게 늘어난 6309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전체 운용 자산 중에서 국공채와 수익증권(펀드)의 비중의 차이가 실적을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유가증권(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가운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그쳤다. 가장 많은 금융자산은 국공채(34%)였다.

반면 신한은행은 국공채 비중(종합금융 계정 제외)이 6% 정도에 그친 반면 수익증권 비중은 44%에 달했다. 하나은행도 약 40%를 기록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차이로 인해 국민은행이 금리 변동에 따른 충격을 더 크게 입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수익증권 평가이익이 늘어난 덕분에 트레이딩 실적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2,3분기에 금리가 다시 올라 유가증권 운용에서 손실이 발생했지만 유가증권에 대한 헤지를 위해 보유한 파생상품에서 이익이 늘어 올해 트레이딩 전체 실적은 증가했다”라면서 “각 은행 마다 운용 방침이 다르기에 당장의 이익 규모를 근거로 포트폴리오 구성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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