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회장 3연임 사실상 불가능
내부 인사 가능성 커···황병우 대구은행장 유력 후보
'전문성 향상·계파 문제'···외부 인물 임명 관측도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DG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돌입하면서 외부 출신이 또 그룹 지휘봉을 잡을지, 아니면 내부 인물이 임명될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선 내부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외부 출신인 김태오 회장이 지난 6년간 DGB금융의 성장을 이끈 만큼 외부 전문가가 또 그룹 수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연말까지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김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던 2020년과 비교하면 한 달 넘게 일정이 미뤄지는 셈이다. 당시 DGB금융 회추위는 11월 말에 최종 3인 후보군(숏리스트)를 추린 바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탓에 후임자 선정 과정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의 3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DGB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회장 후보의 연령제한을 만 67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1954년 11월 생인 김태오 회장의 경우 이미 만 68세다. 추가 임기를 부여받으려면 내규를 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당국이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후임자는 내부출신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DGB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와 관련해 외부 인물 없이 내부 인물 2명만 기본 후보군으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차기 회장이 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다. 유력 후보로는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외부 출신 인물이 또 선임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부 출신인 김 회장이 그룹을 잘 이끌었단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이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DGB금융 이사회는 하나금융지주 출신인 김 회장을 영입했다. 김 회장은 이후 한 번의 연임을 통해 6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김 회장은 DGB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8년 취임과 함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또 생명, 캐피탈 계열사를 대폭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전국구 금융지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금융권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더구나 내부 출신 인물이 다시 회장이 되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지주 주요직을 특정 계파 인물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회장이 선임되기 전 DGB금융의 주요 자리는 대구상고·영남대를 나온 은행 출신 인사들의 몫이었다. 이에 외부 인물인 김 회장이 취임 직후 은행장까지 겸직하자 대구상고·영남대 출신 인물들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광고·경북대를 나온 황 행장이 아닌 대구상고·영남대 출신의 인사가 회장 자리에 앉으면 '인사 쏠림' 현상이 다시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CEO에 해당 업권 경력이 없는 은행 인사가 임명되면 사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엔 외부 인물을 과감히 임명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이투자증권, DGB생명·캐피탈에 각 분야의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했다. 또 지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도 외부 출신을 앉혔다. DGB를 포함해 지방금융지주는 위기다. 생존을 위해서 외부 전문가를 과감히 고용하는 것은 적절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DGB금융은 전국구 금융지주로 도약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만큼 ‘순혈주의’보단 전문성에 입각한 인사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DGB금융 지배구조에 대해 직접 언급한 만큼 DGB금융은 차기 회장 선출에 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특히 전국구 금융지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기에 그룹 수장 선임이 더욱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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