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상환 부담에 주택시장 거래 침체로 매물 당분간 증가 추세 이어질 듯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전국 월별 경매 진행건수 추이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금리에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주택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매물건은 증가 추세인 반면, 관심을 두는 이는 줄며 낙찰률과 평균 응찰자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0월 수도권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는 총 11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70건이던 수치에 견주어보면 137%나 늘어나고, 전달 936건이던 것에 비교하면 한달 새 19.4%나 급증한 수준이다. 경매진행 건수로는 올해 연중 최대치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비교해 봐도 서울과 경기도 모두 두드러지게 경매진행 물건이 늘었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5월 291건의 경매가 진행된 이후 7년 5개월 만에 월별 최다 건수다. 다만 낙찰률은 26.5%로 전달 31.5% 대비 5.0%p 하락하면서 지난 6월 28.3%를 기록한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왔다. 평균 응찰자 수도 전달 6.6명 보다 0.7명이 줄어든 5.8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도 서울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592건으로 2015년 6월 652건의 경매가 진행된 이후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39.5%로 전달 43.4% 보다 3.9%p 하락했고, 평균 응찰자 수는 8.4명으로 9월 11.2명 보다 2.8명이 감소한 것이다.

전국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629건으로 2020년 11월 3593건이 진행된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다 진행건수를 기록했지만 평균 응찰자 수는 전달 8.3명 보다 2.0명이 줄어든 6.3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매물은 늘어난 반면 낙찰률과 응찰자수가 감소하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금리인상이 꼽힌다.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신규코픽스 기준)의 상단은 최대 7.1%대로 올라섰다. 또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 역시 5%에 육박한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이자상환 부담은 커지고 있고, 주택시장의 거래는 침체하고 있어 경매로 매물을 던지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반면 응찰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줄고 있다. 임의경매의 경우 절차상 신청부터 신건으로 진행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막 경매가 시작된 아파트는 대부분 올해 초에 집주인이 포기한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 6개월 전이면 지난해 곤두박질쳤던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타던 시점을 기준으로 감정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가격이 결코 낮지 않다. 최근 다시 부동산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며 시중에 급매로 나오는 매물과 집값에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요층은 굳이 복잡한 권리관계를 분석해가며 경매시장 속 매물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문제는 매물은 늘어나고, 응찰자수는 적은 지금과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이번 달에는 투자자 한명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며 그간 투자했던 여러건의 물건을 경매행에 부친 형태가 증가한 점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금리에 따른 경매건수는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고, 감정가 역시 시세보다 높은 단지도 많기 때문에 응찰자수도 줄어드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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