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첫날 시장조성자 통한 1975억 공매도 거래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첫날 당시에도 4409억 거래
유동성 공급역할에도 공매도 우회로 우려 끊이질 않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첫날 2000억원에 육박하는 공매도 거래가 시장조성자 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시장조성자는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원활한 거래를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 예외가 적용된 시장조성자가 공매도 우회루트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 공매도 금지 첫날 ‘1975억’ 공매도 거래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전날 국내 코스닥에서는 1649억원에 달하는 공매도 거래가 체결됐다. 이는 공매도 거래금지 직전인 지난 3일 공매도 거래금액인 2745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 1일(2122억)과 2일(2029억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도 326억원 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3일 체결된 공매도 거래대금 4978억원 대비 크게 줄어든 규모지만 공매도 거래 자체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체결된 공매도 거래를 모두 합치면 총 1975억원에 달한다. 공매도 거래 주체는 오직 기관이었다. 개인과 외국인의 공매도는 0이었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기관이 여전히 2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당 공매도가 시장조성자 제도를 통한 공매도 거래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량이 부족한 종목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 도입됐다.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은 증권사는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의 매수와 매도 양방향 모두 주문가격대(호가)를 제시하면서 호가를 촘촘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금융당국은 전날부터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시장조성자의 차입 공매도는 예외로 뒀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했을 당시에도 시장조성자에 대해서는 공매도가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당시 2020년 3월 16일 공매도 거래금지 첫날 시장조성자를 통해 코스피에서 거래된 공매도 거래금액은 무려 4409억원에 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시장조성자 공매도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매도 전면금지로 나타날 수 있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한국거래소와 함께 밀착 감시하겠다"며 ”시장조성자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공매도에 대해서도 철저한 모니터링으로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공매도 우회루트? 논란은 현재진행형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가 공매도 우회루트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시장조성자도 예외 없이 금지된다는 표현이 없기에 실효성이 걱정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실제로 금지 첫날부터 시장조성자 제도를 통해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졌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도 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명분에 힘입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시장조성자에 참여하는 증권사들은 실익이 없다며 금융당국과 시장조성자 참여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왔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2021년 9월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가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하면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이유로 9개 증권사에 대해 총 48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힘을 합쳐 시장조성자 참여 보이콧 움직임에 나섰고 2021년 14개 증권사가 참여했던 시장조성자는 지난해 코스피 6개, 코스닥 5개까지 줄기도 했다. 결국 증권선물위원회는 시장조성자 관련 증권사들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며 증권사들을 달랬고 시장조성자 참여 증권사 수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신한투자증권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하이투자증권은 코스닥에서 시장조성자 업무를 포기하는 등 증권사들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코스피 시장조성자 참여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영증권 ▲한국IMC증권 등이고 코스닥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DB금융투자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영증권 ▲한국IMC증권 등이다.

지난 10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과거 시장조성자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가 과도해 시장조성자 참여가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선물위원회도 당시 증권사들의 과한 부분에 대해선 시정이 필요하다 판단했다”며 “취임하기 전 일이지만 아쉬움이 있다면 9개 모두 조치하기보단 문제가 큰 한두개만 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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