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기본법·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
공동피고인인 특판사업부 전무 한씨 증인신문 열려
“본인 포함 최양하 회장은 담합 사실 몰랐다” 증언

/그래픽=시사저널e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전국 아파트 건설 현장 특판가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의 형사재판에서 과거 그가 주재한 월례회의 보고서에 담합을 의미하는 ‘단순 입찰’ 또는 ‘업체간 협의’라는 표현이 기재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최 전 회장이 담합의 인식과 묵인을 부인하는 가운데, 검찰은 회사 임원들이 담합을 알았던 증거가 아니냐며 추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재판장 박정길 부장판사)는 6일 건설산업기본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회장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고 한아무개 전 특판사업부 전무(한 전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한 전 전무는 공동피고인이지만, 이날 최 전 회장에 대한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한 전 전무가 결재한 원가분석표와 윈루즈(WIN/LOSE)보고서를 제시하며, 보고서에 기재된 ‘단순입찰’이 담합의 용어로 사용됐는지 알았느냐고 물었다. 특정 보고서의 ‘업체별 입찰 및 협의사항’란에는 “각사에서 기존 제출한 금액보다 비싸지 않은 수준에서 입찰 요망”이라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한 전 전무는 “당시 담합 사실을 보고받거나 알지 못했고, 담합을 의심한 적도 없다. 제시된 문건들에 대해 기억이 없는 것도 상당하다”라며 “검찰조사를 받으며 ‘단순입찰’ 기재가 담합이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한샘의 월례회의 자료에서 ‘단순입찰’ 또는 ‘업체간 협의 포함’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배경을 캐물었다. 증인에 따르면 한샘은 사업부별로 매달 대표이사(최양하 전 회장) 주재로 1~2시간 월례회의를 진행했다. 법정에 현출된 2016년 4월 월례회의 자료에는 ‘2016년 1분기 입찰 수주금액 (단순입찰, 현장영업, 업체간 협의 포함)’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날짜만 다르고 형식이 같은 문건이 21건이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 전 전무는 “저의 주된 관심사는 최저가 입찰 부분이었을 뿐이다. 다른 내용은 관심도 없었고 직접 보고를 들은 기억 또한 없다”라며 “원가분석표의 ‘단순입찰’ 기재와 월례회의 문건의 ‘단순입찰’이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인지부터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맞섰다.

최 전 회장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검찰이 제시한 윈루즈 보고서, 수주실패 보고서 이런 것들은 특판사업 본부장인 증인도 보고받지 못했던 것이고, 대표이사이자 회장인 최양하 피고인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전혀 보고받을 일이 없었다는 것인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한 전 전무는 “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재차 변호인이 “검찰이 단순입찰 등 담합이 의심되는 용어들에 대해서 여러 차례 물었는데, 건설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상 가구사가 스스로 입찰을 포기하는 일반적 용어라고 생각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네”라고 했다.

변호인은 지난 기일 출석한 양아무개 증인에 대해서도 “담합과 관련해 입찰단계에서 원가분석표 등은 대표이사 회장에게 일절 보고되지 않았고, 계약단계에서도 품의서 결재가 대면보고 없이 간단한 전자결재로 이뤄졌다고 증언한다”라며 “특히 대표이사는 하루에 20~30건을 한꺼번에 결재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발언했다”라고 정리했다.

또 “피고인 역시 월례회의나 기타 다른 사정으로 담합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특판사업부를 폐쇄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라며 “피고인은 담합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했고, 또 묵인하거나 동의한 사실도 없다라는 점이 증인신문을 통해 명확히 확인된다. 이를 조서에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업체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건에서 총 2조3261억 원 규모의 담합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8개 회사 전현직 대표이사와 특판가구 사업을 담당한 임직원 11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가구회사 직원들은 사전모임을 통해 낙찰 순번을 확인한 뒤 주방·일반 가구공사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찰 가격과 견적서 등을 공유한 뒤 낙찰예정자와 입찰 가격 등을 합의해 들러리 업체를 정하는 방식으로, 합의된 업체가 최저가 낙찰을 받도록 유도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9년여간 담합한 모든 입찰에서 업체끼리 미리 정한 업체가 낙찰을 받았다. 당초 수사망에 오른 가구 업체는 9곳이지만 담합을 자진신고한 업체를 처벌하지 않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회사 1곳은 기소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