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 1년여만에 플러스 전환···무역수지도 5개월째 흑자에 경기반등 ‘기대감’
“내년초까지 수출회복 지속” 정부 전망···“유가·금리 등 변수, 대중수출 여건 어려워”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지난달 수출이 1년여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정부는 수출 호조세가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출이 경기 부진을 벗어날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수출 증가 속도에 따라 경기 반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국제유가, 금리, 중국 경제 등 대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단 분석이 제기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은 1년 전 5.1% 늘어난 550억9000만 달러, 수입은 9.7% 감소한 534억6000만 달러, 무역수지는 16억4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온 감소세를 13개월 많에 끊었고, 무역수지는 지난 6월 이후 5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수출 플러스 전환과 무역수지 흑자가 함께 나타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수출 플러스 전환은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이 호조세를 보인데 따른 결과다. 반도체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인 –3.1%를 기록하며 개선 흐름을 이어갔고, 석유제품은 제품가격 상승과 휘발유 및 경유 등의 견조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18.0% 증가, 8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이밖에 자동차(+19.8%)는 16개월 연속, 일반기계(+10.4%)는 7개월 연속, 가전(+5.8%)은 5개월 연속, 선박(+101.4%)・디스플레이(+15.5%)는 3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석유제품, 선박,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4개 품목은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 선박, 일반기계 등 주요 수출품목들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고, 반도체도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 자체도 픞러스 기간이 나올 정도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 수출이 선전했다. 대미 수출은 역대 10월 중 가장 높은 101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동차(+37.3%), 일반기계가(+54.2%), 무선통신(+99.8%)이 호실적을 주도했다. 대중 수출은 110억 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 달러대를 이어가는데 감소율도 –9.5%로 올해 최저 수준이었다. 대중 수출 증감률은 지난 7월 –24.9%, 8월 –19.9$, 9월 –17.6% 등으로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다. 

수입은 가스(-53%), 석탄(-26.1%) 등 에너지 수입 급감(-22.6%)에 따른 영향으로 9.7% 감소했다. 이에 따라 10월 무역수지는 1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5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산업부 관계자는 “안정적 수출 우상향 모멘텀이 내년 초반까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선박, 일반기계 등 주요 수출품목들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고, 반도체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수출 회복세가 경기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수출이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현재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유가를 자극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활성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경기 반등과 연결될지 여부는 증가 속도를 봐야 한다”며 “국제유가, 이스라엘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성장률 등 변수를 감안하면 수출이 완만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 많이 늘어나면 성장률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수출 증가가 경기 반등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 내년에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성장률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의 성장률 둔화, 고금리 지속 같은 변수들이 남아 있어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우 확장재정에 힘입어 성장률은 양호하게 나오겠지만,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연말까지 5%대 목표치는 달성할 것 같다”며 “소비가 많이 회복됐고, 투자도 부동산 빼고 많이 증가한 상태이며 재정 또한 대규모로 풀 예정이라 5% 성장률은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중국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중간재 무역에 있어 수출을 적게하고 중국에서 가져오는 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 수출경쟁력이 감소하는 추세라 중국 경기가 좋아진다고 부진했던 중간재 수출이 갑자기 좋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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