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서울시 ‘필로티 적용 후 최상층 증축하는 사업장도 구조안정성 검토 대상’ 통보

최신 아파트에 적용된 필로티 이미지. 사진 속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으로,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최신 아파트에 적용된 필로티 이미지. 사진 속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으로,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던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지들의 사업 추진기간이 예상보다 최소 수개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조합이 그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안전성 검토 절차를 밟게 돼서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잠원동아 리모델링 추진 단지 조합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약 2년여 전인 2021년 말 조합설립인가까지 받고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탄탄대로를 밟는가 했는데, 보름 전 서울시가 서초구청을 통해 전달해 온 공문을 통해 사업절차를 하나 더 밟아야되는 사실을 알게 된 영향이다. 해당 공문은 1층을 필로티로 전용하고 최상층을 증축하는 형태인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는 수직증축에 대해 안전성 검토 등을 받아야 하는지를 묻는 몇몇 리모델링 조합의 질의에 서울시가 참고차 서울 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전체 조합에 회신을 보낸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필요로 하는 경우 안전성 검토, 구조 심의 등의 적합한 안전성 확보안을 시행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국토부는 이 해석을 전달한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단지에 대해 적용하라고 권고했지만, 서울시는 관련한 주택법 68조를 자체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 기존에 인가된 조합도 모두 적용된다며 안전성 검토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설립 여부와 관계없이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의 경우 주택법 관련조항에 맞게 이행하는 게 맞다”며 “시에서 법의 해석을 달리하거나 시의 의견이 들어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필로티는 독립돼있는 기둥 또는 벽만으로 건물을 지지하도록 해 공간을 비워놓는 구조다. 건물 진출로의 웅장한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악천후에 자연스럽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열기나 습기에 취약한 건물을 지면에서 띄워줌으로써 여름의 고온다습한 날씨에서 1층 세대의 습한 정도를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2000년대 초반 이후 짓는 거의 모든 신축아파트에 적용돼왔다.

서울시의 이번 해석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계를 밟고 있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적잖은 수가 예상치 않던 안전성 검토를 거쳐야 하게 됐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필로티를 설치하고 상층부를 한층 올리는 것에 대해 이전에는 법으로 명확한 규정이 없다가 최근 이를 법적으로 수직증축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정성 검토는 외부 기관에 의뢰하게 되며, 해당 기관에서 관할구청에 안전성 통과 의견을 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사업장별 규모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합들은 예상보다 사업기간이 늘어나는 것 만으로도 울상이지만 일부 사업장의 경우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잠원동아의 경우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으며 재건축에 첫 발을 띄게 됐다. 리모델링은 안전진단에서 C등급 이상이 나오면 수평증축, B등급 이상은 수직증축이 가능하다. 그런데 필로티를 수직증축으로 보는 서울시의 이번 해석으로 C등급의 잠원동아는 B등급 이상만 가능한 필로티를 설치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에 조합은 필로티가 없는 설계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조합원들은 최신 아파트에 필로티 없는 설계안은 리모델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잠원동아는 행정구역상 잠원동이지만 생활권은 최근 부동산 시세를 이끄는 반포에 가깝다. 도로 맞은 편에는 반포자이가, 옆에는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며 내달 분양을 앞둔 메이플자이(철거 전 신반포4지구)가 위치해 있다. 역대 공동주택 최고분양가를 기록한 래미안 원베일리와도 도보 10분 이내 거리로 강남권 중에서도 황금노른자 입지로 꼽힌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잠원동아아파트는 서초구 잠원동 157번지 일대로 구역면적이 2만9,715㎡이다. 조합은 지하6~지상23층 높이의 아파트 8개동 총 1127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최고 20층 높이의 아파트 991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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