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3만건대···전셋값 폭락 전 수준 회귀
전셋값 23주 연속 상승···대규모 입주장에 수억원씩 뛴 곳도
내년부터 입주 물량 급감···“전세대란 본격화될 가능성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주춤한 사이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세 매물은 3만건대로 지난해 전셋값이 폭락하기 전 수준으로 회귀했고 전세가격은 23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빌라 전세사기 여파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락으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면서 본격적인 전세대란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3만300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최대치였던 1월 5일(5만5536건)과 비교하면 4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만건대를 유지했으나 전셋값 하락이 시작된 하반기부터 급증했다. 9월 4만건을 넘어섰고 11월부터 5만건대를 유지하다 올해 2월부터 감소세를 나타냈다.

전셋값은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넷째 주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8% 오르며 23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매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의 전세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며 “역세권이나 대단지 등 선호 지역이나 상태가 좋은 집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7일 12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동일 평형대가 올해 1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잠을 고려하면 8개월 만에 4억원이 뛴 셈이다. 성동구 금호동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 전용 59㎡도 지난달 18일 7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종전 거래보다 1억원 넘게 오른 금액이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1차’ 전용 84㎡도 2월 4억원에서 이달 5억6000만원으로 손바뀜됐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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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전세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 하락했다.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빌라 전세사기까지 겹치며 아파트 전세 선호가 높아진 데 이어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근 연 3%대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최고 연 6%대까지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23일 95.3을 기록했다. 전주(94.8) 대비 0.5 포인트 올랐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60.7에 불과했지만 4월(75.7), 6월(87.2), 8월(92.6)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 100보다 높으면 전세 수요가 많고 낮으면 공급이 많다는 얘기다. 100에 가까워졌다는 건 그만큼 전세 공급보다 세입자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강남권에선 대규모 입주장에도 전세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데다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이 오히려 상승하는 모양새다. 다음 달 30일 입주를 앞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은 전세 시세가 13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7월 11억원에서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이 단지는 6702가구에 달한다.

앞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줄면서 본격적인 전세대란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8259가구(임대 포함)에 불과하다. 1990년 이전을 포함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입주 물량이다. 이런 입주 기근은 2027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에서 연내 분양을 마치고 향후 4년 내 입주민을 받는 아파트를 다 합쳐도 3만7564가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2025년(2만5710가구)에 몰려 있고 2026년과 2027년 각각 1728가구, 1867가구로 2년 연속 2000가구를 밑돌 예정이다. 올해 1~9월 서울 월평균 입주 물량이 2609가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물량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면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고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며 “서울의 경우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은 물론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돈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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