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전염병 전국 확산에 정부 비상 대응체제 
“백신 면역체계 완료까지 4주간 확산 불가피”
발병 후 한우값 강보합 “대형마트 2주분 비축”
급등 확률 낮지만···장기화시 축산물 전체 파장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감염력이 센 소 럼피스킨병이 확산하면서 축산물 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첫 발병 이후 쇠고기값이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로선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단 전망이 우세하다. 백신 접종 속도나 유통업계 비축량 등을 감안할 때 향후 2~4주 정도가 고비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 바이러스 피부병인 럼피스킨병이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22개 시군 61개 농장에서 4107마리가 발병했고, 4건은 현재 검사 중이라고 파악했다. 

럼피스킨병은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피부질병으로 고열과 지름 2~5cm 가량의 피부결절이 나타난다. 우유 생산량 감소, 소의 유산 및 불임도 유발하며 폐사율은 10% 이하이다. 발병시 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커 정부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 한우농장에서 첫 확진사례가 나온 뒤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럼피스킨병 확산에 정부는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농식품부는 전국 모든 소에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백신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총 400만두 분의 백신 도입을 목표로 현재까지 총 243만두 분의 백신을 지방자치단체에 배부했다”며 “31일 21만두 분의 백신이 도착하면 다음달 1일엔 전국 모든 지자체에 백신 공급이 완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정부는 백신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백신 접종 소의 면역 형성 기간을 감안할 때 당분간 확산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축산물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쇠고기 가격은 강보합세인데 일각에선 소 럼피스킨병 확산 영향이 아니냔 관측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kg당 한우 도매가격은 럼피스킨병 발병 이전인 이달 중순 대체로 1만7000원대 수준을 유지하다, 유행이 본격화한 24일엔 2만53원까지 치솟았고 이후 1만7000원대 후반~1만9000원대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현재 살처분한 소의 수는 수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현재 국내 한우 전체 두수는 356만두, 살처분이 완료된 소는 2121두로 비율로 따지면 0.01%에도 못미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음달 10일 정도까지 전체 한우 백신접종이 끝나고 항체 형성이 3주 정도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말 정도엔 모든 농가에 면역이 이뤄지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한우 수급에 급격한 영향을 줄 정도의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8월 한우 재고량이 전년 대비 40% 정도 많은 상태”라며 “럼피스킨병이 한우 가격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 대형마트들은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 운영하는 축산물 가공센터에서 쇠고기를 비축, 가공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운영하는 축산물 가공센터에 약 2주치 물량은 저장이 돼 있다. 현 시점에서 아직 럼피스킨 병으로 인한 물량 문제에 대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며 “지난주까지 한우가격이 상승세였는데, 이건 럼피스킨병에 대란 불안감도 없진 않겠으나 다음달 1일 한우데이를 앞두고 수요가 많이 몰리면서 공급량이 조금 더 부족한 데 따른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아직 쇠고기 물량이나 가격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설명이다. 

다만, 당국이 감염 차단을 위해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변수다. 유통이 막히면서 수급불안으로 인한 가격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항체 형성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정부나 시중의 비축량, 향후 3~4주간 물가 흐름이 주목된다. 

송우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럼피스킨병이 정말 크게 유행하면 가격 급등으로 쇠고기 수요가 돼지고기, 닭고기로 이동해 축산물 가격 전반이 높아질 수도 있다. 다만, 확산이 아주 심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예전엔 AI 등 가축 전염병이 유행하면 수요가 뚝 끊겼는데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럼피스킨병 유행이 장기화하면 수요 자체의 감소, 대체 수요 모색 등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병으로 인한 찜찜함에 쇠고기를 아예 안 먹을 수도 있고,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수요가 이동할 수도 있다. 일단, 정부는 진압을 자신하며 축산물 가격 불안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럼피스킨병의 확산력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순 없다. 지난해 인도에서 럼피스킨병이 한창 유행할 당시엔 두 달 만에 10만 마리 가까이 폐사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럼피스킨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소는 모두 살처분돼 식품 유통망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며 “안심하고 쇠고기와 우유를 소비해도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