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 규모 시공권 놓고 현대엔지니어링과 대결
파격 공사비 제안···조합 제시 금액보다 400억원 줄여
현대엔지니어링 ‘디에이치’ 계획 무산에 안도
다음달 4일 시공사 선정···“수주 시 정비사업 재기 발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GS건설이 가락프라자 재건축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락프라자는 부실시공 논란 이후 처음으로 나서는 수주전으로 민심을 확인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GS건설은 조합에 파격적인 공사비를 제안하는 등 수주를 위해 초강수를 던졌다. 경쟁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디에이치’ 계획이 무산된 점도 희망의 불씨가 살아난 요인이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4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입찰엔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2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가락프라자 재건축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199번지 일원 4만5808.8㎡ 부지에 최고 34층, 12개 동, 1305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5050억원(3.3㎡당 780만원)으로 책정됐다.

가락프라자는 GS건설이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처음으로 수주전에 나서는 사업지다. GS건설과 아파트 브랜드 ‘자이’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이번 수주전은 도시정비사업 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시공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수주에 성공한다면 신뢰 회복의 발판이 됨은 물론 향후 다른 수주전도 노려볼 수 있다. GS건설은 노량진1구역과 한남4구역, 미아2구역 등에서 수주를 노리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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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은 가락프라자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파격적인 공사비를 통해 조합원 마음잡기에 나섰다. GS건설이 조합에 제안한 공사비는 3.3㎡당 718만원으로 조합이 책정한 780만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경쟁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3.3㎡당 780만원을 제시했다. 공사비에 따라 분담금이 달라지는 만큼 조합원 입장에선 GS건설의 제안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단순 계산으로 3.3㎡당 공사비가 72만원 줄면 전체 공사비는 400억원 가량 낮아진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이 무산된 점도 GS건설에 희망의 불씨를 당긴 요인이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하겠다며 홍보활동을 펼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디에이치 2개 주택 브랜드에 대한 사용 계약을 맺고 있다. 디에이치의 경우 브랜드위원회의 요구하는 기준을 통과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가락프라자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이 최초로 디이에치를 단독 시공하는 단지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건설 브랜드 심의위원회가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가락프라자에 적용할 브랜드를 ‘힐스테이트’로 변경했다. 조합원들 사이에 이미 디에이치 제안이 기정사실처럼 알려진 만큼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반면 GS건설 입장에선 브랜드 파워가 강한 디에이치를 피했다는 점에서 해볼만 한 싸움이 됐다.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할 경우 도시정비사업 실적 2위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현재 GS건설의 도시정비사업 누적수주액은 1조4488억원으로 포스코건설(3조1870억원), 현대건설(1조5804억원)에 이어 세 번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락프라자 시공권을 따내면 포스코건설 다음으로 2조 클럽에 안착하게 된다”며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실적 7조원엔 크게 못 미치지만 2위로 오를 경우 체면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번 수주전이 다른 수주전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만큼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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