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충민원 접수 과세처분 취소요청 인용건수 분석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 감안시 피해 규모 증가 가능성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5년간 명의도용이나 대여로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과세처분 세액이 총 1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이나 장애인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단 지적이다. 

28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제공한 ‘최근 5년간 명의도용(대여) 과세처분 취소 요청 고충민원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납세자권리구제 제도 중 하나인 ‘고충민원’으로 접수된 명의도용(대여) 과세처분 취소요청은 총 703건, 청구세액은 약 983억원이었다. 

이중 소관과 직권시정 또는 납세자보호담당관 및 납세자보호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인용된 건수는 총 160건, 인용 감세액은 약 144억원으로 확인됐다. 고충민원 처리제도는 과세전적부심사, 이의신청, 심사청구 등 법정 기한 내 불복청구를 하지 못 한 경우 부과제척기간 종료 전 시행하는 권리구제 절차이다. 

/ 자료=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 자료=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명의도용범죄 피해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노숙인, 장애인의 경우 어렵고 복잡한 법적 불복수단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 실제 명의도용·대여 피해 규모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를 보면 노숙 중 피해 경험 유형 중 ‘구타 및 가혹행위’ 다음으로 가장 많이 경험한 것이 ‘명의도용 및 사기’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는 노숙인 명의의 법인 통장으로 자금을 유통한 명의도용범죄 일당이 검거되는 등 관련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 등 정부 대책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노숙인 시설 등 입소자 명단을 주기적으로 제공받아 사업자등록 과정에서 검증하는 등 제한적 사전 예방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세청이 제출한 ‘노숙인 시설 및 입소자 통계 수집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6566명의 입소자 정보를 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노숙인, 쪽방주민까지 포함한 전체 노숙인 1만4404명의 약 절반 수준이다. 노숙인 시설 입소자 이외에는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장 의원은 “노숙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명의도용범죄 관련 정부의 대책은 특정 집단을 원천차단하는 방식으로서 범죄 예방 및 근절에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며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노숙인과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하는 데 취약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불복 청구기간 확대 및 권리구제 지원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과 장애인이 명의를 도용당하거나 대여하는 이유는 결국 생계와 주거 문제 등 부족한 사회안전망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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