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예규 미비로 감독자 혐의 입증 어려움”
“고용부, SPC 감독 부실·쿠팡 산재 은폐 의혹 봐주기”
“택배 노동자 사망, 쿠팡 자회사 세우고 나몰라라 대응”
정치파업 대응 문제 지적, 외국인 가사도우미 준비 우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세부 규범 미비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규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단 지적이 제기됐다. 산재사고가 빈발하는 대기업에 대해 봐주기 감독을 한단 비판도 나왔다. 택배 종사자 등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고, 노동조합의 불법 정치파업에 정부가 엄정 대처해야 한단 주문도 있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행정당국의 방기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올 6월까지 933명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와 관련 지금 수사 중 사건 279건, 기소 사건 25건, 재판 중인 건 7건”이라며 “근데 재판 중인걸 보면 단 1건을 제외하곤 실형을 안 받았다. 법정형 하한을 징역 1년으로 정한 중대재해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대재해법 하위법령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산업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단 비판이다. 노 의원은 “법상 처벌 주체를 기업경영자, 안전보건책임자로 했는데 실질적으로 이 사람을 가릴 수 있도록 구체적 적용 규칙, 예규가 마련되지 않아 감독자들이 혐의 입증을 하기 어렵다”며 “조사하는 사람들이 세부규정이 없어 혐의입증을 할 수 없어, 이를 개선하고자 올해 1월 개선TF를 마련했는데 올해가 다가도록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행법령 내에서 이 취지를 살려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고 빨리 연착륙을 시키고 싶지만 효과가 금방 안 나타나 답답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전문가들은 인신 구속에 관한 것이기에 죄형법정주의 등 얘기를 하며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단 지적이 있다. 혐의 입증을 해 들이대는데 대법원이나 법원에서 내리는 판례, 법리가 저희와 생각이 다른 것이다. 그 판례도 다 입수해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샤니 사고, 감독부실이 원인···쿠팡 산재 은폐 봐주기 의혹”

정부가 중대재해가 상습적으로 발생한 기업에 봐주기 감독을 하는게 아니냔 의문도 제기됐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고용부가 샤니에 대해 지난 5년간 4번 감독을 나갔는데, 위반 사항을 6건 밖에 적발을 못 했다”며 “근데 (사회적 이슈가 된) 사고 직후 기획 감독 나가선 한 번에 30건을 적발한다. 그럼 지난 5년간 샤니에 대해선 감독을 제대로 한 게 아니란 것”이라고 언급했다. 샤니 사고는 제대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단 비판이다. 

윤 의원은 또 “SPC는 3일에 한 번 꼴로 산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과태료 처분 58건, 사법처리 29건을 했다”며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는데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하고 나몰라라하면 끝인가”라고 따졌다.

쿠팡에 대해선 “고용부 감독으로 걸린 산재 은폐가 3년간 9번 있었는데 고용부가 봐주기를 했단 의심이 든다”며 “고용부가 적발한 9건은 다 과태료와 시정조치이다. 산업안전보건법 57조에 따르면 은폐는 1년 이하 징역과 1000만원 이하 벌금 사항이다. 이걸 모두 과태료 사항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산재 은폐 부분은 은폐가 아니라 미보고, 지연신고로 보고 받았다. 근데 의도를 갖고 산재를 숨기기 위한 것은 은폐다. 이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3대 재벌이든 누구든 법을 어기면 엄정하게, 절대 봐주는 거 없어야 법치가 확립된다는 건 분명하다. 미흡한 부분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택배업 종사자 이중노동 문제 지적···홍용준 “환경 열악하지 않아”

배송 업무 중 숨진 쿠팡 하청업체 배달 기사 사망사건 관련 택배업 종사자들의 새벽노동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단 진단도 있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이전에 택배업체들이 모여 과로에 따른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협의기구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쿠팡은 직원들이 전부 직고용하는 정규직이라며 불참했다”며 “나중에 쿠팡은 기사들이 좋은 처우를 받는단 이미지 포장을 잘해 소비자 선호도가 올라 초대형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난해부터 택배 전문 자회사 쿠팡CL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만들고 노동자 상당수를 위탁 사업자로 전환시켰다”며 “그리고 누구나 언제든지 쿠팡에 와서 일하고 수익을 높일수 있다고 하니 소득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낮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 밤 새벽에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자 과로사임에도 개인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한 일이라고 해서 문제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란 지적이다. 

이 의원은 “13일 군포에서 숨진 분도 낮엔 카페를 운영하고 새벽에만 배송하는 특고 노동자였다”며 “근데 쿠팡은 근로자가 아니고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 사업자라 근로조건 문제가 없다,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한다”며 “고용부가 매개체 역할을 해서 국토부에 쿠팡이 사회적 협의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홍용준 CLS 대표는 “우리 새벽 배송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은 열악하지 않다”며 “이미 사회적합의 수준을 상회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쿠팡 근로 여건을 상당히 좋게 유지하고 있다”며 “영업점에 적정 물량을 위탁하고 상황이 변동되면 물량을 조정해 기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쿠팡을 겨냥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내에서도 사회적 책임이 있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새로운 합의시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 하겠고, 아니면 기존 합의 내용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설득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앞으로 새벽 노동시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성장 시대 자기 소득 향상을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할 수 밖에 없는 개인사업자, 근로자들은 이중노동을 강요받을 수 없다”며 “적어도 쾌적한 환경 속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일하는 사람도 일정한 사회적 합의나 규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노조 정치파업 정부 대응 미흡 비판···“쟁의조정신청 악용”

노동조합이 진행하는 정치성향이 강한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단 주장도 나왔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벌어진 민노총 총파업은 명백한 불법 파업이었다”며 “쟁의권 없이 파업했고, 근로조건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상급 단체인 민노총 지침에 따라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파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업 등 쟁위 행위를 하기 위해선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인 쟁의권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노조법 제2조 5호에 따라 노조의 합법적인 단체 행동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기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만 인정된다. 

정권 퇴진 같은 정치적 이유로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없기에 파업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다 불법 파업이란 점을 거론한 지 의원은 “쟁의권을 얻는 절차 자체가 정치 행위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인데, 실제로는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조는 7월 총파업을 앞두고 5~6월 울산지노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쟁의권을 얻어내기 위해 총 5개 사업장에서 근로조건 향상을 이유로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놓고 현장에선 윤석열 퇴진, 오염수 투기 반대 피켓을 들고 반정부 투쟁을 위한 정치파업을 벌였다”며 “쟁의 조정 신청이 파업 참여를 위한 수단, 단순 요식 행위로 전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 정치적 목적 파업에 참여하라는 상부 지침을 따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동위의 조정 중지를 받아내 정치 파업 수단으로 악용했단 것이다. 

지 의원은 “고용부는 불법 파업 책임을 분명히 물어 법과 원칙을 바로세운다면서도 정작 민노총의 불법 정치파업엔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 장관은 “노조에서 정치 지향적으로 과도하게 한 부분들에 대해 국민적으로도 많은 우려가 있다”며 “위법 행위가 있는 것은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행여 파악하지 못한 위법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양대노총과 소통강화 필요”···외국인 가사도우미 준비 미흡 우려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조 회계 공시에 참여키로 한 것과 관련해선 정부가 이를 계기로 노동계와 소통을 강화해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단 주문이 나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노조의 자주성을 지켜주면서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을 많은 조합원이 원했을 것”이라며 “작게는 몇만원,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조합비를 내는데 그것이 어디 쓰이는지 다들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정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양대 노총이 들어오면서 이른바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대가 현장에선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좀 더 대화할 분위기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건 어떨지 질의하자, 이 장관은 “정부는 노동 개혁이든 뭐든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해야 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다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사회적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좀 진척이 될 것 같고 저희들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12월 시범운영을 목표로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준비가 미흡하단 지적도 있었다. 노웅래 의원은 “관리업체 2곳 선정했는데 1평 남짓 고시원을 숙소로 했다. 이런 열악한 거주여건이면 보육 서비스 질도 하락하는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외국인 가사 관리자 인권 보호 방안도 부실해 보인다. 위급 상황, 성범죄 발생시 어플을 통해 신고받겠다고 하는데 가사 업무 특성상 휴대전화를 항상 소지하고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 월급에 있어 고용부는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200만원 주기로 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감에서 월 100만원 정도 줘야 정책 효과가 있다고 다른 얘기를 했단 점도 거론했다. 

노 의원은 “고용허가서도 아직 발급이 안됐다. 12월부터 시범운영 하고 9월에 고용허가서 발급하고 10월에 근로계약 체결하기로 한 것 아닌가”라며 “충분한 검토없이 제도를 성급하게 추진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 허술한 부분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장관은 “고용부는 E-9 비자로 하는 한 (최저임금제 관련) 국내법을 차별없이 다 적용받아야 한단 생각을 갖고 있다”며 “새로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라 나라 선택 및 협의 등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빠르면 연내 실시를 목표로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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