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의대 정원 확대 수치 미공개 비판
“정원 확대시 의사·한의사 의료일원화도 논의해야” 
“사립대 확대분 배분, 지방의료 강화 도움 안 돼”
검증 안 된 ‘키크는 약’ 무분별 처방 문제도 제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시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체계 일원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단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비판 의견에도 의대 정원 확대분을 소규모 사립 의대에 배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른바 ‘키크는 약’이 본래 처방 용도에 맞지 않게 남용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리가 미흡하단 지적도 있었다.

25일 국회 본청에서 보건복지위원회가 진행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는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구체적 의대 정원 확대 수치를 제시하지 않을 것을 두고 비판이 집중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에는 얼마나 의대 정원 확대를 할지 발표하는 줄 알고 환영했는데 속빈 강정, 앙꼬없는 찐빵이었다. 원칙만 되풀이하고 구체적 내용이 없다. 총선용 꼼수”라며 “의사 수 부족으로 필수 의료는 죽어가고 지역 의료는 무너지고 있다.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정춘숙 의원도 “준비하는 학생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최대한 빨리 규모가 발표돼야 하는데 굉장히 늦다. 일각에선 의대 정원을 발표하지 않은게 의사 파업 반발 때문에 정부가 쫄았단 얘기도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년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면서도 구체적 증원 수치에 대해선 “아직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기일 차관. /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기일 차관. / 사진=연합뉴스

◇ “의대 정원 확대, 의사 한의사 의료일원화 함께 추진해야”

여야 위원들은 의대 정원 확대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원 확대를 논의하면서 의사와 한의사 간 의료일원화도 함께 논의해야 한단 조언이 나왔다. 서영석 의원은 “단순 의대 인력 확충에 그칠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의사와 한의사 의료일원화를 목표로 하되 한의대를 선제적으로 학제 통합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의원은 “한의대 입학 정원이 750명인데 이를 우선 의사 양성 인력에 포함시키고 여기에 2020년 민주당과 정부가 합의했던 의대 정원이 있다”며 “공공의료 설립 추진 방안에 따라 400명 증원했는데, 300명은 중증의료 필수 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할 지역 의사로 하되 한의대가 없는 지역, 의대가 없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신설해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또 “100명 정원을 각각 특수 전문 분야 50명과 의과학자 50명으로 양성해야 한다”며 “그래서 적어도 1150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조 장관은 “한의대 750명은 별도로 논의해야 될 사항인데 논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할 것 같다”며 “지역 의사제 300명, 의과학자 100명은 2020년도 400명 안에 들어가 있어 참고하고 있다. 수급 현황, 각 의대의 수용 현황, 각 의대가 수용하려고 하는 의사 등을 확인해 2025년 의대 정원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 “의대 정원 확대분 사립대 배정 안돼”···정부는 가능성 열어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성균관대와 울산대 등 특정 사립대를 거론한 것과 관련, 의대 정원 확대분을 사립대에 배정해선 안 된단 주장도 나왔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과거 사립대 신설 목적이 의료 취약지 대학병원 설립을 통해 지역 의료를 확충하는 것인데 그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울산대는 울산이 아닌 서울 아산병원만 주력했고, 성균관대 역시 서울 삼성의료원 몸집 키우기에 바빴다. 건국대도 충주가 아닌 서울에서, 동국대는 경주가 아닌 일산에서, 가톨릭 강동대는 강릉이 아닌 인천에서, 대전 을지대도 주로 서울 을지병원과 의정부 을지병원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신설해 준 사립대 병원들이 모두 수도권 병원을 짓고 지역 의료가 아닌 수익 창출에 몰두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 원인을 제공했고, 여전히 수도권 분원 경쟁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조 장관은 기준 사립대 의대 정원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그는 “전체 40개 대학 중 50인 이하가 17곳”이라며 “전문가들은 교육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최소 80명 이상의 돼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대 확충이 지역 불균형을 심화했다면 고쳐야겠지만 지금 교육 역량이 충분한 의대를 미리 사립대라고 배제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강 의원은 “사립대를 어떻게 통제할 건가. 그동안에도 못했다. 그리고 사립대는 30~40년 동안 그 숫자로도 유지가 가능했는데, 지금 와서 교육 역량 얘기하는 건 사립대 민원 해결해 주려고 하는게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 “정원 증가, 지방 의료 강화 이어져야···의료계와 소통 중요”

야당 의원들은 의대 정원 증가가 지방 국립대 강화, 공공의대 신설을 통한 지방 의료 서비스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춘숙 의원은 “연봉을 2배 줘도 의사를 못구하고 돈이 없어서 유로사이트에 공고조차 못하는 지방의료원이 18개에 달한다. 지방의료원들이 공공의료 핵심축이라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구체적 의료 자원 계획을 마련할 때 의료 공공성 강화란 대원칙 하에서 시작돼야 하고, 그렇기에 지역의대 신설,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도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도 “필수 의료 전공자 절반이상이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으로 의료에 종사하고 있다. 필수 의료 전공자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지원을 해야한다”며 “지방에 사는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공공의대 설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조 장관은 “지역 간 불균형 해소가 진짜 필요하다. 공공의대란 별도 모델을 만들지, 현대 국립의대 모델로 지역 의사를 양성할지는 충분히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역 의사 확충이 필요하단 건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지방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보책으로 거론되는 의무 복무에 대해선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지역의사제, 장학금 수령시 10년 의무 근무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한바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의사들이 의료 취약 지역에 근무할 제도적 방안은 필요하지만, 의무 복무는 장단점이 있기에 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에선 의료계와 조율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직원과 의료진의 불친절, 긴 대기시간, 진료 불성실, 치료결과 미흡 등은 결국 보건 의료 인력 숫자가 적기 때문”이라며 “필수 의료 붕괴와 의사 인력 부족 현실을 지금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나중엔 문제점을 알고도 해결할 수 없다. 제대로된 의사 인력을 양성하려면 기본적으로 10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는 아무리 목표가 좋아도 접근하는 방식이 거칠면 국민, 보건의료인 당사자 호응을 받아내기 어렵다”며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정원 확대 발표를 했으나 전혀 진전이 없었다. 일반 국민과 의료계를 갈라치기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정원의 확대 규모는 거시적으로는 수급 동향, OECD 1000명 당 의사 수를 보고, 미시적으론 지역, 과목 간 특수성도 고려하고 있다”며 “의사 수 확충이 굉장히 필요하기에 2020년 정부 계획이 무산됐던 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계와 협의도 강화하고, 정책 패키지도 잘 만들어 2025년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후쿠시마 오염수 수산물 관리 문제···검증 안 된 키크는 약 남용”

이날 종감에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 건강 우려도 제기됐다. 서영석 의원은 부산항에 들어온 일본 수산물이 국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본 바닷물이 부산 앞바다에 버려지는 영상을 보여주며 “수산물 수입이 금지된 후쿠시마 인근 8개현 등록 차량도 있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이후에도 활어 차량들은 바닷물을 이곳에 방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 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국민 불안과 우려를 괴담과 선동으로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현재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은 명확하게 수입 금지됐다”면서도 “이 부분은 해양수산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살펴보고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키크는 주사’가 의학적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처방되는데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단 비판도 나왔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성장호르몬 바이오 의약품 24종은 식약처에서 단 한 번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적이 없고 효능 효과도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년간 해당 의약품은 대학병원에서 일반 병원 성장 클리닉까지 전국 5761개 의료기관에서 166만 개가 처방됐다”며 “성장호르몬 결핍이나 저신장증 등을 앓고 있는 3만2000명을 대상으로 키크는 주사 약 30만개가 급여 처방을 받았다. 나머지 135만개 97%는 질병과 아무 관계 없는 일반인에게 처방됐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허가 취지와 맞지 않게 일반인에게 오남용되고 있단 비판이다. 김 의원은 “우리 아이가 주사 맞아서 1cm라도 큰다면 밥을 굶더라도 주사를 맞히고 싶어 하는 게 부모 심정”이라며 “근데 오남용에 대해 식약처에선 단속이나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질타했다. 

이에 오 처장은 “모든 의약품은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되는 게 맞다. 조치 방안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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