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전진단 완하·리모델링 특례 반대 입장
오세훈 서울시장 “무분별한 개발·특정지역 특혜 우려”
13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국회 계류···법 통과 난항 예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1기 신도시 등을 대상으로 한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별법에 포함된 ‘안전진단 완화’와 ‘리모델링 특례’로 인해 부문별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나타낸 반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두 정책이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갈등 속에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두 기관장까지 입장차를 보이면서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국토부는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두고 수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국정과제로 채택돼 추진 중이다. 조성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에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완화,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등 간소화 방법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개포·고덕·상계·목동과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 등 전국 49개 주요 택지지구가 적용 기준에 해당한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와 리모델링 특례‘ 두 가지다. 서울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국토부에 안전진단 면제와 관련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전진단 면제 시 무분별한 재건축이 예상돼 자원 낭비, 이주 문제, 부동산 투기 열풍 등 주택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일반 정비사업과의 형평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면 국토부는 “도시 기능 향상과 미래 도시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 특례가 불가피하다”며 “일부 공공성을 갖춘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 면제까지 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리모델링 특례와 관련해서도 국토부와 서울시 간 의견이 다르다. 원 장관은 지난 6월 노후계획도시 중 1기 신도시에 한해 리모델링 추진 시 가구 수를 최대 21% 늘릴 수 있는 특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후계획도시 내에서 리모델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구 수를 기존의 15~20% 안팎까지 높여주겠다고 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현재는 주택법에 따른 리모델링 사업 시 15% 이내에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반면 서울시는 다른 지역보다 리모델링으로 가구 수 증가를 더 허용하는 건 노후계획도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제정안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부채납 등 공공의 기여 없이 21%나 가구 수를 늘려 주는 건 재건축 사업에 비해 과도한 특혜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그는 노후계획도시 내 리모델링 단지 안전진단에 특례를 주는 것에 대해 “기반시설이 열악한 것이 노후도시인데 기반시설 정비 없이 리모델링으로 15% 세대수가 증가하면 걱정이 되지 않나”며 “최근 리모델링 사업이 자원 재활용 등 장점이 사라지고 용적률만을 목표로 진행돼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진단 완화에 대해서도 “안전진단 면제 등이 이뤄질 경우 무분별한 재건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대권주자로 꼽히는 원 장관과 오 시장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리모델링 완화가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원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며 “이미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특례를 공언한 만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오 시장 입장에선 특별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전‧월세 상승과 서울 주민 이탈이 걱정될 수 있다”며 “또한 관내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무분별한 요구도 우려하는 부분일 것이다”고 말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두고 국토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별법은 현재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4월과 6월, 9월 총 3차례 국토위 범안소위에 상정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9월 소위에선 1기 신도시 등 특정 지역과 수도권만 특혜를 봐선 안 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면서 소위는 추가로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노후계획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국회에서 특별법이 13개나 발의됐고 의원들마다 의견차도 존재해 법 통과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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