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車·가전업계, 양 측 입장 감안해 판매가격 합리적으로 조정
‘인상’ 철강- vs 인하’ 조선, 간극 여전···가격협상 하세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위한 공정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위한 공정이 진행 중인 모습.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 철강 부문이 최근 자동차 및 가전업계와 강판 가격협상을 완료했다. 반면, 조선업계와의 후판값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재료 가격인상 등을 이유로 인상을 주장하는 한편, 조선소들은 수익성에 악영향을 있을 수 있다며 끝모를 줄다리기를 지속하는 중이다.

25일 포스코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일부 인상하기로 해당 업계와 합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강판 수요도 증가해 가격을 올리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용 강판은 하반기 들어 원료 및 에너지 사용료가 오르면서 가격인상으로 협상을 완료했다”며 “자동차 업황이 좋은 만큼, 강판 판매 확대를 위해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용 강판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코는 최근 중국 하북성 당산시에 연산 45만톤(t) 규모의 도금 강판 제1공장을 준공했다. 2024년 5월부터는 제2공장 준공에도 나선다. 이 곳은 매년 135만t의 자동차용 강판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가전업계에 납품하는 강판 및 냉연·도금재 등에 대한 가격은 ‘유지’로 가닥이 잡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둔화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판매량 감소로 관련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원재료값 인상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포스코와 자동차 및 가전업계는 서로가 처한 상황을 감안해 타협점을 찾았다.

하지만 조선업계와의 후판 협상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포스코는 조만간 협상이 완료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각 업계의 간극이 커서 결과가 언제 도출될지 예측할 수 없다.

양 측은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조선용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에 쓰인다.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협상 가격이 오르면 조선소의 수익성은 낮아지며, 반대의 경우 철강업계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는 구조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포스코 등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협상이 마무리된 5월 18일 이후부터 하반기 후판값 조율을 시작했다. 그러나 5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상반기 협상에선 인상으로 결정돼 현재 국내 후판 가격은 t당 90만원대다. 당시 철강업계는 시황악화가 실적부진으로 이어져 후판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업계도 이를 수용해 인상에 동의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가격을 두고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후판의 핵심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해 인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달 20일 기준 국내 철광석 유통 가격은 t당 119.69달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0.4% 올랐다.

또한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유 중 하나다. 올해 1월 kWh당 13.1원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은 5월 들어 8원이 추가로 오르면서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전기료 등 후판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의 비용이 오른 상황”이라며 “생산비용이 늘었는데 후판값을 유지하거나 인하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조선업계는 수주잔고가 늘어 ‘호황’이 찾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성 개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후판값을 유지하거나 내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단, 일각에선 원재료 가격상승 등으로 후판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정당성이 충분한데, 조선업계가 반대하는 것을 두고 ‘억지’나 ‘몽니’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각 조선소에 일감이 가득한 상황은 맞지만 선박이 실제 건조 후 인도가 될 때 매출로 인식돼 수익성이 개선됐거나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며 “본격적인 호황이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후판 가격을 내리거나 최소한 유지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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