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사장 “원가보상률 78% 수준, 난방비 부담에 고심”
“가스公 미수금 문제, 회사채 영향에 CP·차입금 중심 운용”
中 흑연 수출규제엔 “정부, 흑연 중요성 미리 알고도 대처 미흡”
민간 에너지 업체 폭리 지적···전·현정부 낙하산 인사 공방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회 에너지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가스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중국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흑연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 정부 대비가 미흡하단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문제가 회사채 발행까지 지장을 줄 수 있고, 민간 에너지 업자들이 수급 불안정 리스크를 가스공사에 떠밀 수 있는 제도적 맹점을 개선해야 한단 지적도 제기됐다. 

24일 국회 본청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진행한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12곳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가스요금 인상과 에너지 공급망 문제, 기관 재무구조 등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 계획이 있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지금 원가 보상률이 78% 수준이라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며 “(정부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겨울은 가장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라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이 출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이 출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가스공사는 미수금 압박, 민간 업체는 영업익 급증” 

가스공사는 현재 미수금 문제로 인해 가스료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수입한 금액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가스공사는 매입금액보다 가스를 싸게 팔아 손해가 생기면 미수금 자산으로 분류한 뒤 나중에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한다. 가스공사의 올해 상반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전년 말 대비 3조6579억원 늘어난 12조2435억원이다. 이는 가스공사의 회사채 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 의원은 “가스공사 원료비 미수금이 상당폭 늘어나고 있다. LNG 수입 가격도 계속 오르고 중동 정세도 불안하다”며 “작년 말 (법개정을 통해)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해 5배로 늘렸는데 올해 또 늘려달라고 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가스공사의 자본금 적립금의 합계는 7조9000억원 가량으로 회사채 한도는 약 39조5000원이다. 이에 최 사장은 “현재 사채 발행은 30조원 정도”라며 “그래서 저희가 일부러 CP, 차입금으로 많이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스공사가 미수금 압박에 시달리는 반면, 민간 업자들은 영업익이 급증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스공사 미수금이 급증했는데 민간업자들은 218% 증가했다”며 “(민간업자들은) LNG 가격이 낮을 땐 많이 수입해 발전을 하고 그걸 팔아 이익을 남기고, LNG 현물 가격이 오르면 아예 수입을 안하고 발전량을 줄이고 그 부담을 가스공사가 지도록 만드는 구조 때문”이라고 언급, 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들에게도 비축 의무를 부여토록 할 필요가 있냐고 질의했다.

이에 최 사장은 “여러 논의가 있고, 정부와도 더 협의해 보겠다. 제도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근데 비축 의무를 부과하면 저장 탱크를 각자 따로 짓겠다든지 하는 중복 투자 문제로 이어질 수가 있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또 최근 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이 직수입자 간에도 판매를 허용하게 해달란 주장에 대해선 “국가의 천연가스 수급 계획 오차율이 굉장히 커질 것이고 거의 관리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결국 에너지 정책 계획의 실패로 인한 부담이 국민께 다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 중국 흑연 수출 규제 우려···“정부, 흑연 중요성 알고도 대비 미흡”

최근 중국 정부가 흑연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한 우려도 제기됐다. 흑연은 2차전지 배터리 음극재 제조에 쓰이는 핵심 자원으로 전기차 한 대당 흑연 50~100kg이 배터리 팩에 들어간다. 이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의 2배 정도 양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흑연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배터리 4대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중 특히 흑연은 중국에서만 전세계 생산량의 75% 넘는 양을 생산하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흑연 수출을 통제하면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을 못하게 되는 최악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흑연 수급이 중요하다는 점은 정부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2월 발표한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거론했다. 당시 산업부는 반도체, 2차 전지 등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필요한 10대 전략 핵심 광물을 우선 집중 관리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흑연도 포함됐다. 

홍 의원은 “그런데 광해광업공단에서 2022년도까지 비축한 광물자원 비축 현황을 보니까 10대 전략 핵심 광물에 대한 비축은 히토류에 속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2개 밖에 없었다. 올해는 아직 계약만 추진 중이고 입고된 것은 없다”며 핵심광물에 대한 비축이 부족한 이유를 따져물었다. 

이에 황규현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은 “10대 핵심 광물 중에서 히토류가 지금 5개 품목”이라며 “이 중 터비움을 제외한 4개 광물은 비축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흑연 등 불안이 예쌍되는 광물에 대해 선제적 구매 필요가 있단 지적엔 “전적으로 동감한다. 지금 리튬 재고량이 5.7일분에 불과해 내년에 최소 30일분으로 비축을 늘리려고 한다”며 “희토류도 중국의 수출 통제 가능성 등 위험성이 있어 내년에 1년분 비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또 “흑연은 스펙 자체가 세분화 돼 있기에 정부 비축보다는 기업체 자체 비축을 하고, 우리 소재업체에서 내재화를 하고 있다”며 “내년에 플랜트로 준공하려던 것을 중국 조치를 계기로 올해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고 했다.

◇ “최연혜 낙하산”vs“채희봉 블랙리스트”···여야 낙하산 ‘공방’

이날 국감에선 전현정부의 낙하산 인사 의혹을 두고 여야 의원들간 공방이 오갔다. 야당은 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출신인 최 사장을 겨냥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인사는 적재적소에 해야 한다.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도 잘못 뽑으면 민생과 경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쇠락하는지, 국격은 어떻게 떨어지는지 지금 우리 국민들이 잘보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는 말할 필요가 없다. 최연혜 사장 본인은 낙하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최 사장이 “누구보다 업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김 의원은 “강진구 가스공사 상임감사는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이란 것 말고 전문성 있나, 박상호 비상임감사는 어떤 전문성이 있어 선임됐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산업부 산하기관 58개중 37곳에 총 78명의 낙하산 인사가 포진했다”며 최 사장이 국회의원 재직 당시 보좌관 출신 김철현 석유공사 비상임이사,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 윤정식 비상임이사 등을 거론했다.

이에 최 사장은 “이런 논란은 전 정부 시절에도 굉장히 많았던 것”이라며 “저 개인에 대해 어떤 이유로 낙하산이라고 하는지 기준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을 정조준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채희봉판 블랙리스트 1,2급 직원 26명을 모두 무보직으로 발령했고, 채희봉 개인과 가까운 측근 4명은 3직급에서 2년만에 1직급으로 승진했다”며 “고교, 대학 동기들을 농구팀장, 농구 감독으로 고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은 채 전 사장을 겨냥 “모르는 사람이 나서 국가가 애써 했던 해외자원 개발까지 망쳤다. 천연가스 수요 예측도 실패하고 주변국 대비 초고가 수입으로 한국전력공사 대규모 적자 원인을 제공했다. 채 전 사장 재임시기 가스공사는 일본, 중국, 대만보다 톤당 264달러 비싸게 수입했다.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 “LNG 수요 전망도 전혀 맞지 않았다. 지난정부 내내 실제 발전량은 수요 전망의 2배였다. 이런 실패한 공기업이 있을 수 있나”라며 정부와 감사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