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글로벌 선박 수주량 59% 감소···내년도 수주 둔화 이어질 전망
조선 3사, 암모니아 추진선·이산화탄소 운반선 시장 대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고가선박 수주를 이어오다 올해 흑자전환을 앞둔 조선업계가 내년부터는 다시 수주가뭄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자인 중국의 올해 누적 수주량이 한국을 앞지르면서 조선업계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조선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친환경 선박 시장이 조만간 열리면서 고가수주 전략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암모니아 추진선, 이산화탄소 운반선 시장이 이르면 오는 2025년 개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앞선 기술력을 통해 중국과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이 나온다.

25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선박 수주량은 186만CGT(71척)로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했다. 올해 1~9월 누적 수주 기준으로는 3014만CGT(1196척)로 작년 동기 3천916만CGT(1525척) 대비 23% 감소했다.

신규 발주가 급격히 감소한 가운데 경쟁자인 중국 몫은 커졌다. 올해 1~9월 중국의 누적 수주 실적은 1799만CGT(726척)으로 국내 조선사 실적인 742만CGT(168척)을 크게 앞질렀다. 점유율로 보면 한국이 25%, 중국이 60%를 차지했다. LNG 운반선 발주 감소로 고가선박 시장이 주춤하면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에 나선 국내 조선업계가 맡을 일감이 부족해지면서다.

내년 시황도 밝진 않다.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21~2022년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랠리가 지속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주요 원인이다. 

조선사들의 독(선박 건조 시설)도 가득 차면서 선가가 크게 오른 영향도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9월 말 기준 175.38을 기록해 조선업이 최고 호황을 누렸던 지난 2009년 2월(160.3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선박 수요가 줄어도 조선사에 쌓인 일감이 많으면 선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선주사들은 높은 가격에 LNG 운반선을 계약해도 4년 뒤에나 받을 수 있어 발주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조감도. /사진=HD현대
현대미포조선의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조감도. /사진=HD현대

다만 이르면 내후년부터는 국내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선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다시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고가선박 시장을 주도한 LNG 운반선 외에도 차세대 성장 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업계는 올해 기준 133척 발주돼 LNG 추진선 발주량(114척)을 뛰어넘은 메탄올 추진선을 비롯한 친환경 고가선박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새 먹거리로는 암모니아 추진선과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이 거론된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모니아 추진선은 2035년 이후에는 LNG 연료 추진선을 대체하는 주력 선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선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수소 대비 저장도 쉽다. 영하 250도로 보관해야 하는 액화수소와 달리 암모니아는 영하 34도로 운반할 수 있다.

LCO2 운반선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CCS연구소에 따르면 2050년 전세계 탄소 포집량은 76억톤(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2025년부터는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외에도 LCO2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새로운 시장에 대응할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날 한화오션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조선 및 해양산업전’에서 암모니아 8만6000CBM(큐빅미터)급 암모니아운반선 제품을 선보였다. HD현대중공업은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오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수소 운반선 모형과 이중연료 엔진 모형을 전시했다. 

아직 본격적인 발주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암모니아 추진선과 LCO2 운반선 수주 성과도 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그리스 캐피탈 마리타임그룹과 체결한 세계 최대 규모인 2만 2000㎥급 LCO2 운반선 2척 건조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17일에는 암모니아 연료를 채택한 최초의 중형가스 운반선 수주를 따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아직 건조 계약을 맺진 않았지만,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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