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손해율 안정적 유지 시 보험료 조정 가능 입장
손보사, 미온적 반응···누적 적자 규모 및 겨울철 상황 고려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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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사들 간에 물밑 기싸움이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보험료 조정이 가능하단 입장이지만 손보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2.3%(5개사 단순 평균 기준)로 전월 평균(80.8%) 대비 1.5%포인트 올랐다. 삼성화재 85.1%, 현대해상 81.3%, KB손해보험 82.3%, DB손해보험 80.0%, 메리츠화재 82.8% 등 대형 5개사의 손해율이 모두 80%대로 올라섰다.

지난달까지 상위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도 78.3%를 기록해 전월(77.8%) 대비 0.5%포인트 악화됐다. 이들 5개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중소형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상승했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흥국화재, AXA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의 지난달까지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3.2%로 전월 88.7% 대비 4.5%포인트 올랐다.

손해율은 받은 보험금 대비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손해보험업계는 사업비를 고려해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8~82%로 추산한다. 자동차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비율이 대략 20%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손해율이 80%라는 것은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원을 지급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형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0%대에서 관리되면서 자동차보험 시장의 훈풍이 지속되고 있단 분석이다.

이에 내년도 자동차보험료를 두고 이달부터 당국이 인하 압박을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상품이다 보니 통상 당국이 보험료 조정에 개입한다. 지난해 4분기 들어 금융당국이 압박에 나섰고 손보업계는 결국 같은 해 12월 백기를 들었다. 앞서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 5개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량 운행량 감소와 사고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효과를 반영해 지난 2월 책임 개시 건부터 보험료를 2.0~2.5%를 내린 바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영업 실적' 발표 자료에도 당국은 "하반기 손해율이 상반기와 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영업 실적에 기초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험료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방침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록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이지만 누적 적자 규모가 상당하단 것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흑자를 기록했던 2017년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적자액은 8조9869억원에 육박한다.

손해율이 아직 한 해 기준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손해율이 악화될 요인이 적지 않은 만큼 통계를 지켜보고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부는 올해 겨울철 손해율이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달렸단 설명이다. 

업계는 아직 취합 전인 9월 추석 연휴와 10월 한글날 연휴를 앞두고 이동량 증가에 따른 사고가 늘면서 손해율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겨울철 빙판 사고 증가 등 계절적 요인 등이 아직 남아 있단 분석이다. 여름철 대형사 5곳의 손해율이 80%대를 밑돌았다는 지표만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려도 된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와 관련해 예상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하반기에 손해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겨울철 손해율 상승을 지켜보면서 방향을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손해율이 80% 이하여도 이익이 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되는 회사도 있어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특히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매우 높고 보험료 경쟁력이 중요한데 대형 5개사 기준 손해율로 자동차보험료를 더 낮추게 되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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