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지침 위반 지적에 시공사 선정총회 취소
현대건설vs포스코이앤씨 경쟁 ‘찬물’
소유주들 사업 지연·사업비 증가 우려
시행사·건설사 간 법정 공방 가능성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여의도 1호 재건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입찰 지침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걸면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무산됐고, 소유주들 사이에선 사업 지연은 물론 금전적 손실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은 29일 열릴 예정인 시공사 선정 총회를 취소했다. 한양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신통기획안이 확정된 이후 ‘여의도 1호 재건축’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7월부터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며 속도를 냈지만 이번에 총회가 취소되며 계획이 무산됐다. 입찰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했다.

현대건설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사진 위쪽)와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감도(아래쪽) / 사진=각 사
현대건설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사진 위쪽)와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감도(아래쪽) / 사진=각 사

시공사 선정 총회를 취소한 건 서울시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추진 과정 중 위법 사항이 있다며 시정 명령을 내린데 따른 조치다. 운영위와 KB부동산신탁은 전날 공지문을 내고 “관할청의 권고를 배척하는 경우 시공사 선정 결의 무효와 수사의뢰 등 후속조치로 인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며 “인허가 절차에도 영향을 미쳐 사업지연으로 인한 소유자의 피해가 우려돼 서울시 권고를 수용해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사업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속통합기획안을 토대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봤다. 앞서 서울시와 한양아파트는 올해 1월 신통기획안을 마련했다. 기획안엔 용도지역을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용적률(600%)과 높이(200m 이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KB부동산신탁은 8월 일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전제하고 시공사 입찰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통기획안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서울시 심의를 통한 확정안이 나오지 않아 한양아파트는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정비계획은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서울시 심의까지 통과해야 확정안이 나온다. 영등포구에 주민 동의를 받은 정비계획안을 제출해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정비계획을 확정할 수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이 같은 절차를 건너뛰고 시공사 선정에 나선 셈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서울시는 KB부동산신탁이 소유주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이 불가능한 구역도 정비구역 면적으로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이 시행사로 결정될 때 일부 상가의 동의를 받지 못해 중심시설용지를 제외하고 지정받았는데 이를 포함해 공고한 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 시공사 선정 절차가 멈춘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선 7월에도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됐다. 당시 KB부동산신탁이 마련한 시공사 입찰 공고문이 특정 시공사를 배제하는 내용으로 작성돼 단지 소유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면서다.

7월에 이어 또다시 시공사 절차가 중단되자 소유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공사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서다. 또한 단지 내 별도 필지의 상가를 매입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 상황으로 시공사 선정이 중단될 경우 상가 매입가격이 상승하는 등 사업비 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비가 증가하면 소유주들의 추가분담금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시공사 선정 취소로 인해 시행사와 시공사 간 법적 공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입찰 준비와 홍보관 설치 등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만큼 향후 귀책사유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걸 가능성도 있다”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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