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공기관 국감 한전 재무위기 집중···김동철 “전기요금 정상화 시급”
“국민 부담 큰데 한전 자구노력 미흡”···CP 등 한전 비용 절감 방안 제안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회 전력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추가 전기료 인상을 놓고 정부 당국 설득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재무위기 타개를 위해선 전기료 인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위원들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와 한전간 온도차, 한전의 자구노력 부족 등을 집중 질의했다.

19일 국회 본청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진행한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발전사 등 16개 에너지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한전의 재무위기와 전기료 인상 움직임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현재 한전은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다. 한전 영업이익은 2020년 4조863억원 흑자에서 2021년 5조8465억원 적자, 2022년 32조6552억원 적자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부채가 201조원으로 하루 평균 이자로만 70억원 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달엔 정치인 출신 김동철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한전 위기, 1차적으론 전기료 정상화 시급···산업부·기재부 설득 중”

이날 국감장에서 김 사장은 한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전 사장으로서 각오를 묻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1차적으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를 95% 수입하는 나라에서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으론 절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 적자 대안에 대한 물음에도 “우선 전기요금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두 번째는 전기요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구입비를 인하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말했다. 

야당 위원들은 전기료 인상을 놓고 정부와 한전 간 온도차가 있단 점을 지적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기료를 1kw당 25.9원 정도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방문규 장관은 급격한 요금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단 취지로 발언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한전과 산업부가 손발이 맞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전기료 인상 같은 부분을 안심하고 따라갈 수 있다. 산업부 장관이 전기료 인상 안된다고 하면 그냥 포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사장은 “한전과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정부는 약간 입장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전 재무 위기 해소 측면에선 정부나 한전 간 입장차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1kWh 당 25.9원 인상 요구를 고수할 지에 대해선 “지금 산업부를 포함해 기획재정부까지 의견을 계속 제기하고 있고 논의 중에 있다”고 답했다.

◇“서부발전 자산매각 달성률 0.1%” 전력 공기업 자구노력 미흡 질타

한전과 발전사의 자구노력이 미흡하단 지적도 나왔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이 지금 이렇게라도 버티는 것은 국민들이 어려운 사정에도 한전의 전기료 인상을 이해해 줬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전 5사 재정 건전화 달성 계획률을 확인했더니 5사 평균 46% 달성했다고 제출했다. 근데 실제 재정 건전화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자산 매각 분야는 평균 6%대로 저조했다”며 “심지어 서부발전는 0.1%이다. 실질적으로 재정 건전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용적 측면을 보면 사업 조정 분야나 직원 복리후생이나 출장비 등을 깎는 편한 방법에 집중하고 있단 지적이다. 정말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방치하고 있다며 발전 5사 경영진 챔임론을 제기했다.

구 의원은 또 “(김 사장이) 한전 사장 취임 후 업무 보고, 지시 사항을 살펴보니 재정 건전화 계획을 조기 달성하잔 내용이 없다”며 “치적 쌓기용 사업 확장 내용만 눈에 비춰진다. 한전 내 임직원이 심각성을 아직 함께 공유하지 못하는게 아닌가”고 지적했다.  

유급휴일, 주택 구입자금, 처장급 사택 제공, 신청사 건립 등 사례를 거론하며 한전이 허리띠를 제대로 졸라매질 않는다고 질타했다. 

구 의원은 “유급휴일의 경우 정부 지침으로 하지 말라고 했지만 올해만 115억원 지출했다. 매각 추진하는 국내 부동산 12곳은 매매가 될 곳이 아니다. 흉내만 내는 것”이라며 “쓸 것 다 쓰면서 국민들이 전기료 인상을 이해해 줄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사장은 “재정 건전화 자구 노력은 지금 추가 획기적 대책까지 강구중”이라며 “한전이 전기요금에 올인하다보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새 수익원 창출을 위해 에너지 신산업, 신기술 쪽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은 껍데기만 내놓은 게 아니다. 의정부 변전소 등 수도권 부지가 다수 포함돼 있는데 지금 전국적으로 부동산이 침체돼 있어 조금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CP·DR 등 한전 비용절감 방안 제안···“한전 위기, 사장 정치력 필요”

용량정산금(CP), DR시장 등 한전이 지출하는 비용을 절감할 방안도 제안됐다. 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용량정산금을 지난해만 7조원 지급했다. 용량정산금은 설비만 있으면 지급하는데 1983년 건립돼 40년된 평택 석탄화력발전소엔 지난해 180억원을 줬다. 이용률이 20% 정도로 감가상각비로 따지면 전혀 가치가 없는데 그냥 일괄적으로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가상각비가 제로화 된 이용률이 저조한 발전기, 잘 돌아가서 비용이 나갈 일이 없는 이용률이 높은 발전기 부분을 제외하면 용량 정산금을 꽤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DR시장은 전력 예비력이 부족할 때 수요 기업들이 절전하겠단 계약이다. 피크 부하가 발생하는 여름, 겨울 등 일정기간만 하면 될텐데 1년 내내 계약해 실제 절전 효과도 없는데 지출한다. 이 규모도 2000억원 가량 된다”고 덧붙였다

종별 전기요금 할인 금액도 애매하단 지적도 내놨다. 이 의원은 “일반용, 주거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등으로 깎아주는 전기료가 1년에 1조원 이상인데 이건 한전이 아닌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한전은 공룡같은 집단이다. 거대한 몸통을 유지할 능력이 없는 뇌를 갖고 있다. 태양광 회계, 임직원 월급, 복지비 깎아 적자 보전하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사장은 “CP, DR 등과 관련해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유사시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들에 대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걸 통해 전력 구입비율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변동성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한전이 예비력 자원들을 많이 확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백업 설비 등이 보강되면 이런 비용들도 맞춰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선 김 사장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비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지금까지 한전에 다 전문성이 있는 분들이 왔다. 그러나 현재 위기의 한전,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한전이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전문성만으로 되겠느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에 와보니 재무위기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조직문화, 의식 등도 무사안일, 자포자기적인 측면이 있다. 어떻게 주인의식을 찾아주고 적극적, 능동적으로 헤쳐나갈 것인지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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