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회복에도 주춤···집값 치솟자 투자 여력 낮아져
금리 인상·경기 둔화 우려에 관망세 지속될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갭투자는 주춤한 모양새다.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집값 역시 고점의 90%까지 반등하며 투자 여력이 낮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의 갭투자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4695건 중 194건이 갭투자였다. 갭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로 2021년 1월(3%)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율은 그동안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8월 8%로 낮아졌고 지난달엔 그 절반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에서 갭투자가 크게 주춤했다. 노도강은 중소형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젊은층의 갭투자가 많은 지역이다. 영끌 수요가 많은 노원구는 8월 거래량 316건 중 17건이 갭투자로 계약됐다. 갭투자 비율은 5% 수준이다. 지난달엔 247건 중 9건만 갭투자로 비율은 4% 미만을 기록했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지난달 갭투자 비중이 각각 4%(102건 중 5건), 3%(192건 중 6건)에 그쳤다. 다른 자치구들도 갭투자 비중이 1~2%에 불과했다.

갭투자 위축 현상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에서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 성지로 불린 세종시는 지난달 아파트 거래 504건 중 20건(3%)이 갭투자로 거래됐다. 8월까지만 해도 갭투자 비중이 10%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았다. 한 달 새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비중이 7% 포인트 급락한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라스터 투자 등 개발 호재로 주목받은 화성시도 지난 8월 3.3%에서 지난달 1.9%를 기록하며 갭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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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시장에선 전셋값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갭투자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를 보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은 아파트 전셋값이 5월 셋째 주부터 지속 오름세에 있다. 지난달 셋째 주엔 0.20% 올라 올해 최고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등 매수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갭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2% 넘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아파트 실거래 가격 지수를 보면 서울은 전월보다 0.22% 오른 1.2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도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화성시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102㎡는 지난달 올 초보다 5억원 뛴 2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평택시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115㎡도 지난 6월 9억원에서 8월 11억2500만원으로 뛰었다.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3월 최저 3%대까지 떨어졌지만 현재 4∼6% 중반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5대 은행은 급증하는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발맞춰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지난주부터 금리를 높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3.82%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코픽스는 여전히 작년 최고치인 4.34%보다는 낮지만 연중 최고로 높아지며 앞으로 대출 금리는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경기 둔화 우려와 내년 총선 등 여러 복합변수로 투자 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올랐지만 집값이 전고점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갭투자자들이 들어올 틈이 없는 실정이다”며 “대출 금리가 오르고 내년 총선, 국내외 정세 불안 등 변수가 많아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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