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철식 태영건설 사장 사퇴 의사···선임 9개월 만
“사업·경영 책임 이유로 자진 결정”
지난달 ‘부도설’ 해명에도 부실 논란 지속
한신평 “현금 확보에도 과중한 PF 부담 여전”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전경 / 사진=태영건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우철식 태영건설 사장이 선임 9개월 만에 사퇴를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동성 위기설이 해소되지 않는 등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 올해 1월 우철식 사장 선임···“위기관리 역량 기대”

16일 업계에 따르면 우철식 태영건설 사장은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해 1월 개발본부·NE(New Evolution) 사업본부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지 9개월 만이다.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과 경영상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는 게 태영건설의 설명이다.

우 사장은 1985년 토목본부에 입사해 37년간 태영건설에 몸담은 정통 ‘태영맨’으로 평가받는다. 민자사업팀장과 개발본부장을 거치며 굵직한 개발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환경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설된 NE사업본부까지 함께 맡아 부사장으로서 업무를 총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에도 태영건설의 신임을 얻으며 올해 1월 사장 자리에 올랐다.

개발본부와 NE사업본부는 태영건설의 먹거리를 모색하는 핵심 사업부다. 개발본부는 일반 도급사업, 도시정비사업, 자체개발사업 등 건설사업 전반을 담당한다. NE사업본부는 환경신사업팀, 민자사업팀, 투자법인관리팀 등으로 구성돼 미래 먹거리를 모색한다. 태영건설은 우 사장이 “오랜 시간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며 불안정한 시장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부실 논란 지속되자 스스로 물러나···태영건설 “유동성 위기 사실 무근”

업계에선 우 사장이 승진 9개월 만에 사퇴한 배경을 두고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에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부실 위협이 커지면서 태영건설의 사업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회사에 대한 부실 논란이 계속되자 우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엔 건설업계와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태영건설이 금융당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정부가 금융당국에 요청해 급전을 내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내고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설은 사실과 다른 악성 루머”라고 해명했다.

태영건설은 올해 들어 1조원 이상의 차입을 단행했다. 올해 1분기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 대여와 한국투자증권과 금융 조달 상품 협약 체결(2800억원), 사모사채 1000억원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달엔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KB증권과 하나증권으로부터 190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시장 염려와 달리 PF 우발채무 감축이 진행 중이고 전사적으로 자금조달에 힘쓰고 있는 만큼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평가사 “과중한 PF 부담 여전, 리스크 축소 필요”

다만 국내 신용평가사를 비롯한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5일과 26일 ‘끝나지 않은 PF Risk, 유동성 역경에서 살아남기’ 리포트를 연달아 내며 태영건설을 주목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자체 차입규모와 PF 우발채무가 줄어들지 못해 태영건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영건설 사업장 구성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 분양시장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PF보증 구성에선 미착공 사업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착공 PF 중에서 아직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현장이나 산업단지, 물류센터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해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신평은 여전히 과중한 PF 부담이 이어지고 있으며 의미 있는 수준의 PF 우발채무 리스크 축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의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주의·위험 PF 보증액 비율은 183.7%로 PF 보증액 1조원 이상 건설사 중 가장 높았다. PF 보증규모가 5조원이 넘는 현대건설은 자기자본 대비 주의·위험 PF 보증액 비율이 9.5%에 불과했다.

부채비율도 대폭 증가했다. 올 1분기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59.7%로 지난 2019년 4분기(276.5%) 보다 183%p 급등했다. 통상 업계에선 기업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경우 재무건전성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기업의 연도별 부채비율은 ▲2018년 234.5% ▲2019년 276.5% ▲2020년 487.2% ▲2021년 426.6% ▲2022년 483.6%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우 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태영건설 사장에 대한 후임 인사는 나지 않았다. 당분간 공석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올해 수주실적은 2조8000억원에 달하고, 미분양도 없는 상태인 데다 기업 실적(매출액·영업이익 등)도 매우 좋은 상태다”며 회사경영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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