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매매량 중 25% 넘어서···공급 부족에 집값 상승 기대감 반영된 영향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원정투자자들이 다시 늘었다. 매매거래 4건 중 1건 이상은 외지인의 거래인 수준이다. 여름 휴가철인 7월 한 달 동안 주춤하는 듯하더니, 주택이 만성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고금리에 적응한 투자자들이 다시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한달 간 서울에서는 총 3837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외지인) 거래는 1028건으로 집계되며 25%를 넘어섰다.

외지인 거래는 집값이 반등세를 보이던 올 4월부터 증가세를 보여왔다. 4월에는 736건에 불과했지만 5월에는 925건, 6월 1180건 등 큰 폭으로 늘어났다. 7월 들어서는 919건으로 다시 거래량이 줄었지만 여름 휴가철이 껴있어 주택시장 전반이 비수기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권에 대한 외지인의 거래건수는 더욱 늘었다는 점을 이유로 전문가들은 원정투자에 대한 열기는 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8월 들어 다시 외지인의 거래량은 반등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강남권 뿐 아니라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비강남권 지역의 외지인 거래 비중도 늘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8월 매매거래 중 외지인의 거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강남권을 제치고 강북구(118건)가 차지했다. 보통은 투자가치가 높은 강남권에 대한 외지인 거래가 많았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송파구와 강동구가 각각 78건, 강남구가 62건으로 강남4구가 그 뒤를 이었으나 노원구(55건), 마포구(54건), 강서구(50건) 등 비강남권도 적지 않은 거래를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중저가 아파트에도 원정 매수세가 다시 붙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클 때 외지인 투자도 활발하게 나타난다. 2030세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 9월의 외지인 투자 비율은 33.8%에 달했다.

집값 상승세 기대감에 거주지별 구매 현황에 상관없이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거래량도 지난해 대비 큰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거래 가뭄으로 인해 월 평균 매매거래량이 996건에 그치며 1000건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는 최근 3개월 간 3500건 이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거래량이 4000건 이상으로 치고 오르지 못하고 3000건 대 박스권에 머물러있다는 것은 상승폭이 위축될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거래량이 늘었지만 직전 5년(2017~2021년) 월평균 거래량(6414건)에는 60%에 채 못미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외지인 투자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때 그 비중이 높아지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침체돼있던 시장이 올들어 회복됨에 따라 외지인의 매수 거래건도 늘고 있지만 전체 거래량이 박스권에 머물러있다는 점,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2021년과 같은 광풍이 불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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