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17일부터 파업 예고···고용 세습 조항 두고 이견
노조 파업에 쏘렌토 생산 차질 우려···하이브리드 출고까지 1년인데 더 길어질 듯
싼타페, 이달부터 하이브리드 출고하며 쏘렌토 추격···SUV 1위 경쟁서 밀릴 수도

올해 완성차 5개사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 노동조합이 오는 17일부터 파업에 돌입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쏘렌토 생산 차질로 국내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쏘렌토는 형제차인 현대자동차 싼타페와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에서 현재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노조 파업으로 인해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싼타페에게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노조가 끝내 파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노사는 지난 12~13일 이틀에 걸쳐 15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가 사측 제시안을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1050만원, 무분규 타결 격려금 250만원+주식 34주 등에 이어 화성 공장에 PBV 공장 신설 및 주간 연속 2교대 50만포인트 인상, 자녀 육아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현대차급 임금 인상안에도 기아 노조는 고용 세습 조항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이면서, 양 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기아 단협 27조 1항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해당 규정으로 인해 기아 직원 자녀에게 먼저 입사 기회를 준다는 우려가 불거지자 고용노동부가 시정조치를 내렸고, 이에 따라 사측은 삭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를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는 오는 17일부터 퇴근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막판 협상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당장 내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노조 파업 시 문제가 되는 차량은 쏘렌토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 완화로 인해 대다수 차량들은 출고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노조 파업으로 인해 피해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쏘렌토의 경우 하이브리드 기준 현재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기가 밀려있는데, 노조 파업으로 생산 일정이 꼬일 경우 출고 기간이 더 길어질 우려가 있다.

신형 쏘렌토. / 사진=기아
신형 쏘렌토. / 사진=기아

기아 영업점 납기일정에 따르면 이달 대다수 차량 출고가 2개월 미만인데 비해 쏘렌토는 가솔린과 디젤모델도 2~3개월, 하이브리드는 11~12개월 기다려야 차를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쏘렌토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만큼 하이브리드 생산 차질은 쏘렌토 전체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9월 쏘렌토 판매량은 5만9602대였으며 이중 하이브리드는 3만8592대로 약 64%를 차지한다.

또한 노조 파업 기간에 생산하는 차량들의 경우 품질에 문제가 많다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맞물려 쏘렌토 판매에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현대차 싼타페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출고를 시작하면서 쏘렌토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가운데, 양 사 노조 파업 유무로 인해 두 차종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싼타페는 전체 계약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달 출고 대기기간도 10개월이 걸릴 만큼 주문자가 몰려있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가 싼타페와 쏘렌토 연간 내수 판매량을 모두 7만대 수준으로 예측할 정도로 두 차량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쏘렌토와 싼타페의 경우 둘 다 국산 중형 SUV로 크기, 편의사양, 성능 등이 비슷하기 때문에 두 차종을 같이 계약하고 저울질 중인 고객들이 상당수다”라며 “파업 이슈로 인해 고객이 갈아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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