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에서 총수 보좌하며 조직안정 및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력 행사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경영수업 받으며 후계자 준비 '착착'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롯데그룹의 경영승계 과정이 빠르게 진행 중인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국내외 주요 석상에 동석시키며, 공공연히 ‘후계자’라는 입지를 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신유열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까지 그의 승계 과정을 조율하거나 지원할 이들이 누구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에 따르면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등이 물망에 오른다.

대기업집단 총수 대부분에게는 ‘2인자’나 ‘복심’으로 불리는 최측근이 존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광모 LG 회장-권봉석 LG 부회장 등이다.

2인자 및 복심은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 장악이나 지배구조 개편, 인사 등 그룹 운영 과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언자 역할이다. 계열사의 이사회 자율경영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며 과거처럼 막강한 힘이나 권력을 가진 2인자는 찾기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총수를 보좌하는 최측근의 위치에 있다.

현재 총수직에 있는 이들 외에 다음 바통을 이을 후계자에 복심이 있는 경우도 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금춘수 한화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금 부회장은 한화에서 전문 경영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1978년 입사해, 40여년 넘게 김승연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의 주요 실무를 꿰뚫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그는 한화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경영승계 구도 조율 등을 수행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이 경영 최전선에서 활동하기 전, 금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 멘토 및 최측근 역할을 묵묵히 담당했다. 

김 부회장이 한화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이사를 맡을 정도로 성장하자, 금 부회장은 올해 한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지원부문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왼쪽)과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사진=롯데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왼쪽)과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 사진=롯데

김동관 부회장과 금춘수 부회장의 관계처럼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에게도 멘토나 조언자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 신동빈 회장도 이 점을 알고 있다. 그가 우리나라 경영환경에 적응할 때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준 이가 있었다.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現 롯데케미칼)에서 한국 활동을 시작할 때 많은 지원을 해 준 이는 황각규 전 롯데 부회장이다. 그는 복심인 동시에 러닝메이트였다. 황 전 부회장은 당시 우리말이 서툰 신 회장을 위해 일본어를 빠르게 익혀 최측근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신유열 상무에게도 황 전 부회장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이들이 필요하다. 롯데 안팎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다.

김교현 부회장은 신 상무가 소속된 롯데케미칼의 수장인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에서 신사업을 담당하며 ‘미래성장TF(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신 상무에게 신사업과 관련된 많은 조언이나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류제돈 대표는 신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인물이다.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사업 외적인 분야에서 신유열 상무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류 대표와 신 상무는 신 회장의 지난달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개관식’에도 동석한 바 있다. 이들은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프로젝트에 함께 하면서 신 회장에 이어 신 상무를 보좌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유열 상무의 경영 보폭 확대로 그룹 안팎에서 존재감이 커지며 한국 롯데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며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들이 신유열 상무를 근거리에서 지지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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