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전망 연이어···고금리 장기화에 경영 환경 변화도 가속
6곳 대형 증권사 대표 임기 만료 앞두고 있어 연임 여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부진한 증권업황 속에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권금리 급등과 증시거래대금 감소 등 실적 악화 요인이 쌓이고 있는 데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증권사 수장에 새로운 역할이 필요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 증권업황 악화 지속···부동산PF 리스크도 여전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6곳의 대형 증권사 CEO들이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증권사 모두 한 차례 이상 CEO의 연임을 결정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다시 이들을 신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증권업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비가 갈리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업황이 일부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컸지만 재차 업황이 악화됐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이미 증권사 임원 평가의 주요 잣대 중 하나인 올해 3분기 실적 전망부터 어둡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의 3분기 지배주주 합산 순이익은 5850억원으로, 컨센서스인 6260억원을 6.6%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황이 극도로 부진했던 지난해 대비로는 개선된 실적이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증권은 전 분기 대비 리파이낸싱(차환용 채권 발행) 수요 감소 등에 따라 IB(투자은행) 관련 수수료 수익이 둔화했다는 점, 조달 비용 확대에 따른 이자 손익의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을 3분기 실적 부진 근거로 들었다. 여기에 일회성 비용이 더해지면 주요 증권사들의 합산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향후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했던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 8월 22조9500억원에서 이달 15조8000억원대로 감소하고 있다. 채권 금리 역시 이달 들어 급격히 치솟으면서 증권사 채권 운용에 부담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다시금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환경에 경쟁사보다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부동산PF 역시 새로운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는 리스크로, 안정적이고 리스크 관리에 능한 리더가 필요한 시대를 맞았다”라고 밝혔다.  

◇ ‘연임이냐 교체냐’···임기 만료 앞둔 증권사 CEO 다수

증권사 중에서도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KB증권 CEO들의 연임 여부에 시장 관심도가 높다. KB증권은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를 2019년부터 유지해왔다. 그동안 KB증권이 WM(자산관리)과 IB(투자은행)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다만 KB금융지주 회장이 바뀌었고 박 대표의 경우 사모펀드 사태 관련 징계 확정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6년 동안 NH투자증권 성장을 이끈 정영채 대표의 연임도 업계 관심사다. 정 대표 역시 사모펀드 사태 징계 확정 여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선 지난 2021년 금융감독원은 정 대표에게 옵티머스 판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문책 경고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에서는 관련 징계가 최종 의결되지 않은 상태다.

날짜는 임기 만료월. / 표=김은실 디자이너.
날짜는 임기 만료월. / 표=김은실 디자이너.

미래에셋증권도 수장의 연임 여부가 주목되는 곳으로, 최현만 대표와 이만열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황 악화 속에서도 업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연임에 긍정적이지만, 최근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이들 연임에 변수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내년 3월에 임기가 끝이 난다. 이들 증권사도 업황 악화 속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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