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한 일간지에 기업은행 본점 유치 광고 실어
법 개정 없인 이전 불가능···야당 동의얻기 힘들듯
"국책은행, 정치적 도구로 전락"···노조도 반발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 사진=IBK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대구시가 IBK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논란이다. 하지만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이기에 내년 국회의원 선거 이전에 기업은행 본점이 대구로 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정치권이 국책은행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도 크게 반발한다. 

1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시는 최근 한 일간지에 기업은행 대구 유치 관련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대구가 기업은행 본점이 들어설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대구가 중소기업 대표도시이며,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으로 교통·물류의 최적지라는 점을 어필했다. 

대구시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기업은행 본점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유치 희망 공공기관 23곳 중 기업은행을 최우선 유치 기관으로 선정하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월 여당인 국민의힘과 마련한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기업은행 대구 이전을 당 지도부에 요청한 바 있다.

기업은행 본점 이전 문제는 지난 2020년 8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대구 지역 의원 10명이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자 다음 순서는 기업은행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기에 대구시가 구체적으로 행동에 움직이자 논란은 과열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은행 본점 이전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본점을 옮기려면 중소기업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 법률의 제4조 1항은 ‘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와 여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재 KDB산업은행의 부산이전도 정부가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추가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점도 법 개정 때문이다. 산업은행법에도 본점은 서울에 위치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했고, 여당은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아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내년 총선의 결과에 따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이전 문제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이 정치권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본점 지방 이전이 해당 국책은행의 경쟁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또 본점을 유치한 지역이 얼마만큼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뒷전이란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옮겨 얼마만큼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면서 “대구시에 중소기업이 많으면 기업은행 대구 지점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내주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진보·보수 정보를 막론하고 지난 20년 넘게 서울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만들려고 했다”라면서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세계적 금융도시의 특성은 ‘집약’이며, ‘분산’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기업은행이 다른 국책은행과 달리 상장사라는 점도 지적했다. 본점 이전이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은행이 만약 지방으로 이전한 후 주가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정부가 알고도 방임하면 배임죄이고, 최악의 경우 소액 주주들에게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