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쓰레기 못 버리게 한다는 명분으로 쓰레기통 줄여 시민 불편 가중
서울시 올해 5500개, 2025년 7500개까지 늘리기로···타 지자체로 확산될지 관심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국은 왜 이렇게 쓰레기통이 없는거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쓰레기를 손에 든 채 한국 길거리를 거닐다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터져 나온 말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민망한 상황이었죠. 사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길거리에서 쓰레기 하나 버리려 해도 도무지 찾기가 어렵죠. 그러면서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하니 시민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쓰레기통이 찾기 어려웠던 이유는 실제로 서울시 구청들이 쓰레기통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예전엔 상황이 이렇지 않았습니다. 버스정류장 등 주요 거점마다 쓰레기통을 쉽게 볼 수 있었죠. 그런데 1995년 7607개였던 쓰레기통이 2023년 4956개로 줄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줄였으니 체감하기에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거죠.

쓰레기통을 보기 어렵게 되자 주변에서도 별에 별 이야기를 다 했던 것 같습니다. 손에 쓰레기를 든 채 심지어 ‘치우기 귀찮아서 쓰레기통을 줄인 것 아니냐‘는 괴담 같은 이야기를 하던 지인도 떠오르는데요. 쓰레기를 치우기 귀찮아서 쓰레기통을 없앨 정도로 ‘막장’ 국가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쓰레기통을 줄인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생활쓰레기를 갖다 버리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집 쓰레기를 공공 쓰레기통에 버려서 없앴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이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생활 쓰레기를 버리려고 작정한 사람이라면 결국 남아있는 쓰레기통 중 하나를 찾아서 가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일부 사례 때문에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행정도 사실 바람직해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보입니다. 빨간 불 횡단 막겠다고 신호등을 없애 버리진 않잖아요.

사실 쓰레기통 문제는 서울시에 국한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위례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직장인은 “횡단보도나 정류장마다 쓰레기통이 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다 없어졌다. 쓰레기통 없애는 거 기획한 낸 사람들 누구인지 찾아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어떤 이유 건 세금 열심히 내는 국민들이 쓰레기 하나 버릴 곳 찾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 문제 있어 보입니다. 우리보다 자연환경 보호가 잘 돼있다는 국가들을 가봐도 쓰레기통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환경문제와 쓰레기통 숫자도 별 상관이 없어 보이고요.

어쨌든 서울시가 그나마 쓰레기통 숫자를 다시 이전으로 돌리기로 했으니 앞으론 쓰레기를 들고 길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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