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글로벌 완성차 3위 자리 등극···영업이익도 6배 증가
중국 부진 장기화에 골머리···사드 이전 대비 판매량 6분의 1 수준
전기차 침체도 난제···올해 전기차 기업중 성장률 꼴찌 수준
중국 현지 전략 차종 확대 및 중저가 전기차 늘리며 돌파구 모색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주년을 맞이한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뤄낸 것은 물론, 전기차·로봇·SDV(소프트웨어 중심차량)·자율주행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아직까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최근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상황 등은 향후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토요타, 폴크스바겐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완성차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약 366만대를 판매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17조529억원을 달성하며 정 회장 취임 전인 2019년(5조6152억원)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에도 1분기 합산 영업이익 6조4667억원, 2분기엔 7조6410억원을 달성하며 매 분기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는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 2위에 올랐으며 영업이익률도 제조업체로는 드물게 10% 벽을 돌파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현대차와 기아 연간 영업이익이 26조623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정 회장 취임 이후 3년 새 영업이익이 6배 증가하는 셈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제네시스·친환경차 등 고수익 모델에 집중하며 실적 개선에 나섰다.

지난 2017년 기준 현대차 내 SUV와 제네시스 비중은 31.7%에 불과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58.7%로 2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아 레저용차량(RV) 비중도 38.4%에서 68%로 29.6%포인트 올랐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 2015년 당시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시작했으며, 지난 8월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프리미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더불어 정 회장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개발해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 EV시리즈를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또한 로보틱스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4족 보행 로봇 및 물류 로봇 등을 개발해 상용화까지 성공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모셔널과 손잡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올해 말엔 우버와 함께 미국에서 아이오닉5 기반 무인 로보택시 사업도 준비 중이다.

◇ 중국 부진과 주춤한 전기차 발목

정 회장이 취임 이후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도 있다.

우선 중국 시장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완성차 기업으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 판매량이 급감했으며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 이전인 2016년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178만여대를 판매했으나, 사드 이후 3년여 만인 2019년 90만대에 그치며 판매량이 반토막 났고 지난해엔 34만9000대로 급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지 판매 부진에 현대차는 지난 2021년 베이징 공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고, 창저우와 충칭 공장도 매각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이 정부 주도하에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내연기관 시대와는 달리 현지 기업들이 자동차 생산을 대폭 확대했고,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사드사태와 맞물려 중국에서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브랜드와 함께 아이오닉5, EV6 등 주력 전기차를 통해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지 전략 모델도 확대하며 오는 2030년까지 중국서 친환경차 21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는 E-GMP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며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선두 기업으로 나섰으나, 최근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PHEV, 상용차 포함)는 37만4000대로 전세계 완성차 그룹 중에선 7위에 그쳤다. 전년대비 성장률도 11.7%에 그치며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5.9%) 다음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9월 아이오닉5 판매량은 1만2620대로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EV6는 1만3874대로 전년대비 27.6% 감소했다. 기대를 모았던 기아 대형 전기 SUV EV9의 경우 월 평균 1000대 판매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EV9은 사전계약 당시 약 1주일만에 1만대를 넘기며 흥행을 예고했으나 높은 가격 등에 대한 부담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과 EV 시리즈 등 전기차 라인업을 출시했지만 출시 초기 모델들이 중형~대형급인 프리미엄 시장 중심이라 성장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저가 차량을 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를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전날 열린 기아 EV데이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내년 상반기 EV3를 출시하고 EV4를 내년 말 론칭할 계획”이라며 “EV5의 경우 2025년 상반기 중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V3, EV4, EV5의 경우 3만5000~5만달러대에 해당하는 모델로 가장 시장이 큰 준중형급으로 나와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 확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당 문제들에 대해선 정의선 회장도 충분히 파악하고 공감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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