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배당 확대 기대감 커지고 있으나 쉽지 않다는 관측
해약환급금준비금 별도 적립해야···과거 수준 배당성향 기대 난항
보험사별로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 따라 희비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
하반기 호실적 예상···안정성 높은 보험사 중심으로 과거 대비 배당 확대 분위기 조성될 것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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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보험사들이 올해부터 적용된 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개선에 연말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맞물려 고배당을 기대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보험 계약과 해약 시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별도로 적립해야 하는 만큼 과거 수준의 배당성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별로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배당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제도 비율은 223.6%로 집계됐다. 전 분기 218.9% 대비 4.7%포인트 상승했다. 업권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생명보험사는 224.3%, 손해보험사는 222.7%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 분기 대비 4.9%포인트, 4.4%포인트 늘었다. 

지급여력제도 비율이란 보험회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더라도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보험사의 자본 건정성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로 활용된다.

지급여력제도 비율이 높을 수록 보험사가 보험금을 문제없이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것이다. 최근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보험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급여력제도 비율이 전 분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급여력제도 비율의 개선은 배당 확대 여력과도 연관된다. 일반적으로 배당은 자본비율을 근거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급여력제도 비율이 높을수록 배당 성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 같은 배당 성향 확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배당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바로 해약환급금 준비금 때문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제도하에서는 보험부채 시가 평가 시 부채가 감소해 해약환급금이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해약환급금이란 보험계약 해약 시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고 보증준비금은 종신·변액보험 등에서 투자실적이 저조해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금 환급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하는 준비금을 의미한다. 시가 평가로 감소한 부채는 자본으로 전환돼 주주 배당 등으로 유출될 수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외 유출될 경우 실제 적립한 보험부채가 부족해 대량 해약시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비해 감독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법정 준비금으로 분류된다. 주주 배당가능 이익에서 제외되면서 해약환급금 부족액의 사외 유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배당 성향 확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다. 이종훈 삼성화재 상무(경영지원팀장)는 지난 상반기 컨퍼런스콜 당시 "새 국제회계기준과 지급여력제도 비율이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가 돼야 (자본 정책을) 조정할 여력이 생긴다"며 "3분기 결산 시점에 새 제도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면밀하게 보고 연말 결산을 포함해 초과 자본에 대한 자본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 제도가 안착하면 보험사별로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하고 실행에 속도를 낼 것이기 때문에 배당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후 이익이 뚜렷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설령 배당 성향이 축소되더라도 주당 배당금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급여력제도 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의 경우 초과 자본에 대한 자사주 매입·소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이다.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해 소각하면 시중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식 가치가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식 수가 감소함에 따라 주당 배당금도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주의 경우 연초부터 현재까지 안정성이 높은 보험사들이 강세를 보였다"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배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구체적인 보험사별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실적 역시 나쁘지 않은 전망인 만큼 과거 대비 배당을 확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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