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공급부족 우려로 ‘묻지마 청약’ 늘어
상도·개봉 고분양가 부담에 대거 미분양
“인서울 대기 수요 많아···무순위 청약서 완판 기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서울 분양시장에서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미분양이 발생한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묻지마 청약’이 늘어난 영향이다. 분양가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며 청약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입지에 비해 높은 분양가와 금리 상승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12일 분양업게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달 25~27일 정당계약에서 미계약 가구가 대거 발생했다. 청약이 당첨된 후 계약을 포기하면 해당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청약에 재도전하기 위해서는 다시 청약통장에 가입해 납입횟수와 금액을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 여기에 청약 종류에 따라 최대 10년의 재당첨 제한도 받는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후분양 단지로 지난달 초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1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당첨자 중 재당첨 제한을 감수하고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최초 당첨자뿐 아니라 예비당첨자들도 계약을 주저했다. 예비당첨자는 공급물량의 5배수인 3855명을 선정했지만 대부분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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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금리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높은 분양가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3963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59㎡가 9억3000만~10억3000만원, 84㎡ 12억2000만~13억9000만원대에 달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발코니 확장비와 시스템에어컨 등 각종 옵션이 포함됐지만 상도역 초역세권 신축 ‘상도역 롯데캐슬파크엘’의 최근 실거래가 13억원과 비교해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후분양 단지로 계약 후 6개월 안에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자금 조달 일정이 빠듯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기 분양한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에서도 미분양이 물량이 속출했다. 이곳은 지난달 4일부터 사흘 동안 317가구 중 190가구에 대한 청약 신청을 받았다. 특별공급은 80가구 모집에 1182명이 참여했고, 1순위 청약은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이 몰렸다.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25대 1을 기록하며 모든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진행한 실제 계약 과정에서 전체 190가구 가운데 72가구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취소 대상이 됐다. 청약 경쟁률이 높았음에도 실제 계약률은 34.5%에 그친 것이다. 미분양 물량은 전용 84㎡가 59가구로 가장 많았고 전용 59㎡ 11가구, 전용 114㎡ 1가구, 전용 49㎡ 1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오는 16일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이곳 역시 높은 분양가가 미분양이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호반써밋 개봉은 국민평형으로 꼽히는 전용 84㎡ 분양가가 9억원 후반대로 책정됐다. 무순위 물량이 가장 많은 건 84㎡B타입으로 분양가가 9억9350만원이었다. 발코니 확장비까지 더하면 값이 10억원을 뛰어넘는다. 단지 건너편에 위치한 ‘개봉푸르지오’(2014년 준공) 전용 84㎡가 지난달 1일 8억4000만원(24층)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변 시대 대비 1억5000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두 곳은 지하철이 멀거나 서울 외각지역에 위치한 것에 비해 가격이 높아 수요자들이 계약을 주저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최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이 중단되고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다”고 말했다.

다만 무순위 청약에서 ‘완판’(완전 판매)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초 무순위 청약제도 개편으로 전국구 청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높은 분양가로 큰 이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인 서울’이라는 지리적 장점으로 수요자들이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은 전국 대기 수요가 많은 만큼 결국 완판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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