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헴프 특구에서 대마 의약품 연구···씨티씨 “CBD 성분 액상 제품→필름제제 변경 성공”
현재 해외 업체와 협력방안 논의···정부 승인 시 기술 이전이나 합작사 설립 등 검토 
세계는 의료용 대마 산업화 적극, 한국만 불법···식약처, 내년 말까지 법 개정 추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중견 제약사인 씨티씨바이오가 새로운 먹거리로 의료용 대마 관련 의약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용 대마 의약품 제조와 판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씨티씨는 향후 해외 업체와 손잡고 상업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21년부터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 진행해왔던 CBD(칸나비디올) 구강용해필름 관련 기술의 국책과제 수행을 완료한 상황이다. 정부도 씨티씨바이오의 연구 종료 승인 여부를 올해 안으로 확정할 전망이다. 참고로 대마는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과 CBD 함량에 따라 ‘마리화나’와 ‘헴프’로 구분된다. 

그동안 씨티씨바이오 연구원들은 헴프 특구에 상주하면서 관련 의약품 개발을 진행,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CBD 성분의 액상 형태 소아뇌전증 치료제 오리지널 품목 ‘Epidiolex’를 필름제제로 바꾸는 연구에 성공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향후 정부가 국책과제 종료를 승인할 경우 본격적으로 해외 업체와 의료용 대마 상업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검토되는 내용은 해외 업체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과 해외에 합작사를 설립, 씨티씨바이오가 필름제제 생산에 참여하는 방안 등이다. 

씨티씨바이오 관계자는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관련 의약품을 생산하려면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를 재배하거나 수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해외 업체와 협력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Epidiolex를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사용하는 국가도 있어 활용 폭은 넓다”고 설명했다. CBD 성분은 인간 정신 기능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어 한국을 제외한 세계 지역에서 의료용으로 쓰이고 있다. 관련 의약품이 대부분 액상 형태로 개발됐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소아뇌전증과 치매, 파킨슨병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동안 CBD 성분 액상 형태 의약품을 필름제제로 바꾸는 연구에 주력해왔던 씨티씨바이오가 해외 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현재 한국에서 의료용 대마 관련 사항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대마 관련 산업화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법률을 개정하면서 일부 의료용 대마 사용만 허용한 상태라고 업계는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법률에 따라 의료용 대마는 의료나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만 수입과 매매를 가능하게 했고 산업화와 관련된 제조나 판매, 수출은 규제를 받는다”라며 “규제 배경은 과거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용 대마와 관련된 산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반면 해외 국가들은 의료용 대마 산업화에 적극적인 편이다. 한국행정연구원 규제동향 여름호에 실린 ‘헴프 산업의 국내외 합법화 동향과 우리나라 법제도 기반 조성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사법재판소와 유엔 마약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미국, 캐나다, 태국 등이 대마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앞서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18년 CBD 사용과 관련,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킬만한 증거가 없다며 규제 완화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최근 규제 완화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 대마 규제 완화를 포함하면서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와 수입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식약처가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하겠다고 한 시점은 오는 2024년 12월까지다. 국회에서도 의료용 대마에 대해 합법적으로 생산과 가공,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이 지난 2021년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내년 5월 종료되면 계류 중인 법안이 모두 폐기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씨티씨바이오 외에도 ‘인벤티지랩’이 지난해부터 유한양행 관계사 유한생활건강과 공동으로  의료용 대마 ‘IVL5005’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1년 4월 의료용 대마 퇴행성 뇌질환 관련 특허를 보유한 ‘카나비스메디칼’ 지분을 취득한 화일약품과 일부 스타트업이 의료용 대마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씨티씨바이오만 대마 의약품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나 국회가 법률 개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 관련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그동안 의료용 대마 의약품 개발에 주력해왔던 씨티씨바이오가 정부 승인을 받으면 본격 상업화가 예상되는 시점으로 분석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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