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고도제한 완화’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ICAO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 추진···2028년 시행
오세훈 서울시장 조기 추진 가능성 시사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강서구 오랜 숙원사업인 고도제한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여야 후보자들이 일제히 고도제한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다. 고도제한 완화의 최종관문인 국제 기준 개정을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강서구 내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야 후보 “고도제한 완화 통해 개발 활성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포공항을 ‘강서의 보물단지’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구청장 직속으로 민관 합동위원회를 설치해 건축용적률 상향 등 최적의 고도제한 완화 기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남부순환도로 지하화 등 김포공항 일대 혁신 개발도 공언했다. 공항동·방화동을 연계해 미래항공전략산업단지로 육성하고 마곡첨단연구단지와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구청장실엔 재개발·재건축 상황판을 만들기로 했다. 가로주택, 소규모 재건축, 모아타운, 신통기획 등 단계별 맞춤식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한다.

김태우 후보 역시 고도제한 완화를 통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웠다. 높이 규제를 풀고 사업성을 높여 메인 슬로건인 ‘빌라를 아파트로’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ICAO 국제기준 개정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행정법규를 구비하는 등 관련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김 후보는 가양택지와 등촌택지는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한강뷰 초고층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가양·염창·등촌동 등 준공업지역 재건축은 법령조례를 개정해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재개발·재건축 상황판을 만들어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강서구 면적 97.03%가 높이 규제···“지역 발전 최대 걸림돌로 작용”

강서구를 포함해 김포공항 인근에 자리한 자치구는 항공 주변 고도제한을 받는다. 고도제한은 활주로 기준으로 수평표면과 원추표면 등으로 규제하고 있다. 수평표면(반경 4km​)에선 아파트 13층(57.86m)을 넘는 높이의 건축물을 짓지 못한다. 원추표면(반경 5.1km)에선 해발 112.86m 이내에서 건물을 지어야 한다. 이는 ICAO의 국제기준에 따른 것으로 한국 정부의 임의 변경이 어렵다.

김포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현황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김포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현황 /그래픽=시사저널e

특히 강서구는 전체 면적의 97%가 고도제한 규제를 받고 있다. 고도제한 규제로 지역개발이 제한돼 도심 노후화와 주민 재산권 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고층개발이 막히다 보니 저층 빌라가 많이 들어섰다. 유독 강서구에 빌라가 밀집한 배경이다. 전국 시·도 가운데 빌라 전세사기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된 것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강서구는 고도제한으로 인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규모를 약 59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강서구는 토지 형상이 평지 형태여서 개발이 용이하고 재산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며 “하지만 그간 57.86m라는 건축물의 높이 제한으로 인해 최고 13층 규모 빌라만 건립이 가능해 지역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ICAO 고도제한 개정안 2028년 시행···오세훈 서울시장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빨리 시행할 수도”

여야가 고도제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꺼내든 건 ICAO가 항공 고도제한과 관련한 국제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ICAO는 올해 5월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건물 등 장애물을 획일적으로 엄격히 규제했던 것을 완화하는 내용의 항공 관련 규제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올해 10월까지 초안에 대한 각국 의견을 수렴해 2025년에 확정하고 2028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여야 후보들은 구청장이 되면 항행 안전을 보호하면서도 건축용적률 상향을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고도제한 기준을 마련해 항공학적 검토를 조기 시행하도록 국토부와 ICAO를 적극 설득하겠다고 공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본부를 방문해 살바토레 샤키타노 이사회 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 사진=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본부를 방문해 살바토레 샤키타노 이사회 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 사진=서울시

서울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북미 출장 중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ICAO 본부를 방문해 살바토레 샤키타노 ICAO 이사회 의장을 만나 “고도제한 관련 국제 기준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조기 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오 시장은 지난 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2025년에 확정되고 2028년부터 발표되는 것 중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빨리 시행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국제적으로 진도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고도제한 완화가 이뤄지면 사업성이 높아지는 만큼 모아타운 등 각종 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강서구는 2012년 공항 인접지인 양천구, 경기 부천시와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공항 반경 4km 지역 높이를 20층 수준인 119m로 완화해도 비행 안전에 지장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2015년엔 항공법(현 공항시설법) 개정으로 공항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서구 내 9곳에서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며 “층수를 25층 이상으로 높여 세대수를 늘리지 않으면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아서 개발 반대에 부딪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항공법 개정으로 비행안전을 해치지 않는 경우 고도제한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게 된 만큼 ICAO 개정이 시행되면 고도제한 완화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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