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최고치···생산 감소·유가 상승 영향

설탕.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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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세계 설탕 가격이 두 달 연속 상승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생산국의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감과 국제 원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가 162.7로 전월보다 9.8%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1월 대비 39.3%나 높아졌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 가격 동향을 조사해 5개 품목군별로 매월 지수를 발표한다. 이 지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3월 159.7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식량 가격이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한 가운데 설탕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설탕 가격이 오른 건 엘니뇨에 따른 가뭄으로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태국과 인도 등의 생산량이 줄어 국제 설탕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엘니뇨에 따른 평년보다 건조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주요 설탕 생산국인 태국과 인도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에 반영됐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도 세계 설탕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

FAO는 설탕 가격 상승세가 향후 9∼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설탕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설탕을 원료로 쓰는 빵,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 가격이 따라 오르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 설탕은 거의 모든 음식에 쓰이는 주·부재료인 만큼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요 식품업체는 물론이고 자영업자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유제품 시장에선 ‘밀크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흰 우유를 비롯해 유제품 가격이 잇달아 올랐다. 설탕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도 126.3으로 전월보다 1.0% 상승했다. 러시아산 공급량이 늘며 밀 가격은 내렸으나 수요 증가와 공급량 감소, 운송 차질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옥수수 가격이 올랐다. 반면 유지류, 육류, 유제품 가격지수는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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