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감사 때 추가로 부를 가능성 거론되나 명분·총선 전 여론 등 고려 시 실제 부를지 의문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사진=각사 및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 사진=각사 및 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올해도 많은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매년 그렇듯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 증인 채택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데 올해는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게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규 HDC그룹 회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최정민 천재교육 회장 등 기업인들이 줄줄이 국감장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주로 부실시공, 중대재해 및 대리점 상대 갑질 의혹 등 사회적 물의와 연관이 있는 기업의 인사들이다. 오너일가들도 있지만 과거보다 실질적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인사들도 포진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증인채택 명단에서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장섭 의원(청주 서원구)이 증인으로 신청하긴 했으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향후 종합감사에서 4대 그룹 총수를 부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차적으로 국감에 부르는데 실패하는 경우 추후 종합감사때 추가로 부르는 것을 시도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재계에선 그러나 실제로 4대 그룹 총수가 출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경제 위기 속 부정여론 영향도 있지만, 우선 이를 떠나 그럴 만한 사안이 없다는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국정농단 사태 때처럼 명확하게 피할 수 없는 사건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야당에서 4대 그룹 총수를 부르기로 했던 주요 명분은 한경협(前 전경련) 가입 때문이지만, 민간 기업이 내린 경영상의 결정을 이사회나 주주가 아닌 정치권에서 총수까지 불러 따지겠느냐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입 자체가 중대한 문제라면 특히 삼성의 경우 한경협 가입 길을 터준 삼성준법감시위원회까지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여야모두 총선을 앞둔 시점에 더 이상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기업인 호통치기’를 하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종합감사에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로 여야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한편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 열리는 이번 국감은 ‘기업국감’보다는 ‘정치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야 양쪽에서 민감하고 채택 가능성 낮은 증인들을 신청하려 하다가 파행되기를 반복해 다른 때와 다르게 막판까지 증인 윤곽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게 재계 및 정치권 전언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식’으로 정치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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