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3000억 증자 관측···'마지막 카드'
시정조치 대상 보험사 '오명' 벗을 수 있어
우선협상자 하나금융, 인수 부담 줄어들듯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 사진=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DB생명 매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산업은행이 '마지막 카드'로 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꺼내든 것으로 관측된다. KDB생명이 3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면 KDB생명의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법적 기준선인 100%를 넘길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면 KDB생명의 우선매각협상 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6월 말 기준 킥스(경과조치 전)는 67.53%로 직전 분기인 3월 말 대비 20%포인트 크게 상승했다. 킥스 일부 제도의 시행을 미뤄주는 경과조치를 적용한 후엔 140.69%를 기록했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용자본(자기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그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KDB생명은 콜옵션(중도상환청권) 행사가 돌아오는 2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차환발행하기 위해 지난 5월 2160만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물량은 모두 산업은행이 사들였다. 한 달 뒤 후순위채를 통해 900억원의 자본도 확보했는데, 산업은행이 전액 지급보증을 서줬다. 이에 KDB생명의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77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약 350억원 늘었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향후 KDB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로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KDB생명이 자본을 3000억원 늘리는데 성공하면 KDB생명의 킥스는 100%까지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100%를 넘기면 KDB생명은 원칙대로라면 당국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아야 하는 보험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KDB생명은 지난 8월에 증자를 통해 1425억원, 9월에 후순위채 발행으로 1200억원을 각각 확보한 바 있다. 이 가운데 9월 후순위채 중도상환에 활용한 2200억원을 제외하면 KDB생명은 약 400억원의 자본을 늘릴 수 있었다. 더구나 3분기에 시중금리가 상승한 만큼 보험부채가 감소해 자본이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증자로 3000억원의 자본이 추가되면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100%를 넘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KDB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KDB생명의 킥스 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인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과조치 없이도 KDB생명이 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룹 내 인수를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업계의 예상을 깨고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조직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자본건전성 수준이 크게 낮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 마저 배제할 수 없는 곳을 인수하면 재무적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 후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예상도 나왔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말 KDB생명에 대한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이달 안에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규모 증자 이후에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산업은행과 하나금융은 향후 몇 년 간 ‘같은 배를 탄’ 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하나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7월 이후에 발행한 주식은 매각 대상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3000억원 증자가 시행되면 KDB생명이 하나금융으로 넘어가도 산업은행은 약 4400억원에 달하는 KDB생명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상당 기간 동안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2대주주로 남아있을 것이란 의미다. 하나금융의 우산 아래서 KDB생명이 크게 성장하면 산업은행도 대규모 이익을 거둘 수 있다. KDB생명의 가치가 올라가 향후 잔여 지분을 매각하면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KDB생명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산업은행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KDB생명 유상증자에 대해 확인된 사실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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