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구역 관리계획 확정 절차 착수···4000가구 아파트 단지로
모아타운 희망 구역 늘어···오세훈 서울시장도 사업 현황 직접 챙겨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전세사기’ 낙인으로 침체됐던 화곡동이 모아타운 사업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모아타운은 개발이 어려운 노후 빌라 밀집 지역을 묶어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정비모델이다. 빌라가 철거된 자리엔 4000여가구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오 시장의 추진 의지가 강한 만큼 새로운 주거지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서구 화곡1동 354 일대(2구역·8만5462㎡)와 359 일대 (3구역·5만8477㎡)에 모아타운이 추진된다. 2구역과 3구역은 9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합친 만큼 전체 규모가 크다. 빌라 2541가구가 철거되고 최고 17층, 4209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주차대수는 1981대에서 4576대로 늘어난다. 서울시는 첫 인허가 절차인 관리계획을 오는 11월까지 확정하고 연말부터 조합설립인가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모아타운은 신축·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역을 한 그룹으로 묶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소규모 정비 모델이다. 신속통합기획과 함께 오 시장의 핵심 주택공급 정책으로 꼽힌다. 모아타운 사업지가 완료되면 아파트 단지처럼 공동주택과 공영주차장, 편의시설 등이 함께 조성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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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는 2·3구역을 포함해 5개 구역에서 모아타운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과 까치산역 사이에 위치한 빌라 밀집 지역이다. 화곡1동 424일대(4구역·5만4767㎡)와 화곡동 1087(6만4000㎡), 신월동 102-33(6만4000㎡) 등이 모아타운 관리계획을 수립 중이다. 동쪽으로 붙어 있는 화곡1동 915 일대(3만2165㎡)도 모아타운을 희망하고 있다.

화곡동은 2007년 오 시장의 뉴타운 공약으로 재개발 열기가 달아올랐다가 뉴타운 지정이 무산되면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0년 이후 뉴타운 해제구역 곳곳에 신축빌라가 들어섰다. 이로 인해 재개발 구역 지정을 위한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고 사실상 대규모 정비를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전세사기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화곡동은 깡통전세를 양산한 빌라왕들의 주무대로 드러나며 ‘전세사기 무덤’이란 오명을 얻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상위 30위 악성 임대인의 지역별 통계를 보면 화곡동에서 발생한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737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물건도 화곡동이 897건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현지에선 모아타운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기대하고 있다. 화곡1동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화곡동 일대가 ‘전세사기 동네’라는 낙인이 찍히며 전월세는 물론 매매까지 위축된 실정이다”며 “집주인들도 모아타운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아타운이 추진돼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 빌라 밀집 지역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 역시 과거 뉴타운 지정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화곡동 모아타운 사업에 관심이 높다. 오 시장은 지난달 4일 화곡1동 모아타운 추진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며 “모아타운 제도를 통해 새로 짓게 되면 주거 환경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주민들이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현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다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주민반발로 모아타운이 무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완주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광진구 자양4동은 구청 설문조사에서 실거주 주민의 반대율이 75.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강남3구와 마포구 등에서도 모아타운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모아타운은 재개발이 어려웠던 화곡동에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사업성이 낮아 분담금이 커질 경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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