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오염수 방류 우려 보고서 비공개 사실 뒤늦게 논란
‘해양 생물·생태계 위협’ ‘방출 늦춰야’,‘IAEA 2차 분쟁서 승소 어려워’ 내용
정보공개 청구에도 “영업상 비밀침해”
송기호 변호사 “정권 의견과 다른 국책연구원 보고서 비공개처분은 학문의 자유 침해”
“원자력안전소통법, 위험성 정보소통원칙 위반”···행정소송 수순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일본 도쿄전력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담은 연구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에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공개된 보고서는 현 정권 정책 방향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겨있어 비공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예상 된다. 

2일 시사저널e가 확보한 KMI 정보공개청구 답변서에 따르면, KMI는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의 청구에 지난달 24일 ‘법인 등 영업상 비밀침해’를 이유로 비공개결정을 통지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국무조정실 산하 공공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주해 해양수산개발원이 주관하고 환경연구원·법제연구원·원자력연구원이 공동 연구해 2022년 9월 발행된 보고서다.

KMI는 정보공개법상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며 형식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정보공개가 청구된) 수탁과제 보고서는 용역계약에 의해 수행된 협동연구과제로 최종보고서 공개에 관한 일체의 권한이 발주처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있다”며 “발주처에 (공개를) 요청해 달라”고 덧붙였다.

비공개된 이 보고서에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해양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실제적·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고, 한국인의 건강과 안전에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염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결국 방류를 막지 못할 경우 취할 대책도 담겨있다고 한다.

후쿠시마산 해산물 제재 조치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재제소로 인해 제2차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법적 논리로 승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한국은 IAEA의 논리에 의존하지 말고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공정이 신뢰할 수 있는지, 오염수가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독자적인 검토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등 조언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비공개처리됐다. ‘보고서 공개가 정책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KMI가 비공개를 요청을 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보고서 비공개 사실은 이달 초 뒤늦게 논란이 됐고, 정부는 지난 8일 오염수 일일 브리핑을 통해 “정보공개법상 규정을 따른 것”이라며 “정부는 비공개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송 변호사는 지난 12일 KMI에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행정소송을 통해 보고서 공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송 변호사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정권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공개처분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부정하는 것이다”며 “정부연구기관의 오염수 대응 보고서가 법인의 영업비밀이라는 비공개 사유 역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 정보 비공개 처분은 원자력안전소통법 제4조의 투명하고 신속하게 원자력 안전 정보 공개할 의무 위반한 것이다”며 “위험성 정보소통원칙에 따라 국민의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염려에 대해 정부는 투명하고 적극적인 정보 제공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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