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백현동 의혹 구속영장 기각···법원 ‘불구속수사 원칙’ 재확인
검찰총장·법무장관, 영장 재판 의미 격하···“흔들림 없이 보강 수사”
기소된 2건 포함 3건 재판 불가피···대장동 ‘약정설’ 등 수사 불씨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원이 대북송금 의혹 및 백현동 개발 이익 의혹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뚜렷한 증거 없이 정치수사에 나섰다고 주장해 왔는데 일정 부분 힘이 실리게 됐다.

검찰은 1년이 넘는 장기간·대규모 수사에도 뚜렷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증거와 법리에 따른 것이라며 수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중요 3가지 혐의 중 2가지는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 또한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성남도개공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유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염려 또한 작다고 봤다. 그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북송금 사건에 관해서도 “피의자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며 “이화영 부지사의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 구속 필요하다던 검찰, 영장기각에 의미 ‘격하’

2년간 ‘표적수사’라는 반발을 무릅쓰고도 이 대표를 향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던 검찰은 이번 영장 기각의 의미를 축소하며 계속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영장 재판은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본안재판이 아니다. 아직 재판은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충분히 보고, 범죄 혐의에 대해서 추가로 보강해서 수사할 부분을 잘 찾아서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총장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법리 외적인 사안이 고려된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전날 법원의 영장재판 결과의 그 근거에 대해서는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범죄 입증 소명에 대해서는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증거인멸 부분)했음에도, 정당 대표라는 지위에서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데 주안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이날 출근길에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고 이번 이 대표에 대한 결정도 그 내용이 죄가 없다는 내용이 아니다”며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도 입장문을 통해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 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형사재판 3건 진행은 불가피···검찰, 추가 의혹 수사도 쥐고 있어

영장 기각과는 별개로 이 대표는 대북 송금 사건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최소 불구속 기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혐의 사건을 포함하면 이 대표는 총 3건의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게된다.

이 대표의 사법적 부담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장동 428억원 ‘약정설’ 및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검찰이 이 대표 관련 수사를 계속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약정설 의혹은 지난 3월 검찰이 이 대표를 대장동·성남FC 후원금 사건을 기소할 때 제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대장동 불법이익 사용처와 관련된 수사들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인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명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수사라는 비판은 검찰이 짊어질 부담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현 대통령의 지난 대선 최대 경쟁자였던 야당 대표를 2년 가까이 수사했음에도 법원을 설득할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검찰공화국의 전형적 구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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