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서울 분양권 거래 18건···전월比 40% 줄어
‘실거주 의무 폐지’ 불확실성 커지자 관망세
“연내 국회 통과 못하면 무산될 수도”

분양권 단기보유 후 거래하는 형태로 수익을 얻는 단타족들의 행동이 위축되고 있다. 7.10 대책으로 양도세가 대거 늘어난 영향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1·4부동산대책을 통해 살아나던 분양권 시장에 다시 한파가 불고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 등 후속 조치 일정이 연기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1·4부동산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된 이후 살아나던 분양권 시장에 다시 한파가 불고 있다. 양도소득세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등 예상됐던 후속 조치 일정이 연기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18건으로 전월(30건) 대비 40% 줄었다. 아직 신고 기간이 한 달 가까이 남아있지만 직전월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2020년 이후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지난 정부에서 서울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분양권 전매 규정을 강화하면서다. 2021년 5월부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 내 아파트를 최초 분양받은 사람이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면서 분양권 시장은 사실상 멈췄다.

분양권 거래가 살아난 건 정부가 올해 1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최대 10년에 달했던 수도권 전매제한은 공공택지·규제지역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된 과밀억제권역 1년, 그 외 지역 6개월로 완화됐다. 비수도권은 공공택지 또는 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이다. 나머지 지역은 전매제한이 아예 없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매수 심리가 살아났다. 현재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입주 즉시 2~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2021년 2월 도입된 제도지만 분양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입주 시기에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를 수 있으니 자금 부담이 줄어들 게 된다. 이 때문에 1·3대책 발표 이후 둔촌주공과 장위자이 등 서울 주요 분양 단지에선 계약률이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해져 분양권 거래 등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분양권 거래량은 3월 2건에 그쳤지만 전매 제한 규정이 완화된 4월 39건으로 급증했다. 또 7월까지 20~40건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에선 실거주 의무 불확실성으로 인해 분양권 거래가 다시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 조치는 정부 발표 후 반년이 지나도록 국회 첫 관문인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넘지 못하고 잇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투기 수요가 아파트 분양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에도 법안소위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일부 의원들이 10분 정도 지각한 것 때문에 무산됐다”며 “내년이면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실거주 의무 폐지 시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전국 66개 단지, 4만4000여가구에 달한다. 특히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 이후 완판에 성공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은 연말부터 전매제한이 풀리지만 실거주는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부는 최근 민간 아파트 공급부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실거주 의무 등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며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나 실거주 의무 등 거래를 중단시키는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못 넘고 있는데 12월 정기국회까지는 될 것이라고 보지만 가급적 빨리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