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2구역 시공단 해임 계획 철회
홍제3구역·한남2구역도 시공사 유지
공사비 증액 수용하고 속도 택하는 조합 늘어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공사비 문제로 조합·시공사 간 갈등을 빚었던 서울 정비사업장에 다시 온기가 도는 모양새다. 시공사 교체 대신 유지로 선회하는 조합들이 늘고 있어서다. 새로운 시공사를 구해도 치솟은 물가로 인해 공사비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해 대립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단 해임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조합과 공공 시공단인 삼성물산·DL이앤씨는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조합은 올 초 조합원들에게 3.3㎡당 공사비를 지난해 490만원에서 올해 610만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올리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시공단이 이를 훨씬 웃도는 859만원을 제시하면서 난색을 표했고 시공사 교체까지 추진했다.

조합이 해임 계획을 철회한 건 공사비를 재조정하면서다. 조합과 시공단은 3.3㎡당 공사비를 748만원으로 낮추는데 합의했다. 시공단은 공사비를 825만원에서 최종 748만원까지 두 차례 낮춰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역시 당초 계획보다 공사비가 100만원 이상 올랐지만 인건비와 자재값 등이 오른 점을 고려해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북아현2구역은 서대문구 북아현동 520번지 일대 지상 최고 29층, 28개 동, 232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다. 지난해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치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준비 중이다. 서울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2호선 아현역을 끼고 있어 북아현뉴타운 내에서도 알짜 입지로 꼽힌다.

용산구 한남2구역과 서대문구 홍제3구역도 시공사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17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대우건설 선정 재신임 안건을 가결시켰다. 조합원 909명 중 742명이 투표에 참여해 41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과 대우건설은 고도제한 완화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기존 고도제한을 118m까지 풀어 최고 21층으로 짓는 일명 ‘118 프로젝트’를 약속하며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 6월 고도제한 완화 대상지에서 한남뉴타운이 제외되면서 대우건설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이후 조합장은 총회에 대우건설 재신임 안건을 올렸다.

홍제3구역도 이달 초 예정됐던 시공사 현대건설과의 계약 해지 안건 상정을 취소했다. 앞서 지난 2020년 조합은 시공사와 3.3㎡ 512만원 수준의 공사비로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687만원, 올해 898만6400원을 제안받았다. 3년 사이 공사비가 75.5% 인상된 것이다. 이후 양측은 이후 약 1년간 공사비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며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조합은 결국 시공사 해지 수순까지 나섰다. 지만 시공사 교체로 인한 사업 지연과 사업비 인상 등을 고려해 시공사와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업계에선 조합원들이 정비사업의 생명인 속도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재선정 절차에 나선다면 최소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돼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또한 새로운 시공사를 맞이할 경우 공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시공사 유지를 택한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상승한 만큼 조합 입맛에 맞는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시공사 계약을 해지할 경우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안고 가기보다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시공사들이 수주 선별에 나서며 사업자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조합원들이 몸을 사린 배경이다. 실제로 중구 신당9구역은 3.3㎡당 공사비를 올해 1월 742만원에서 지난달 840만원까지 올렸지만 시공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조합들도 공사비 증액에 대해 수용하는 분위기다”며 “시공사 역시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타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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