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후문에 홀로 모습 드러내
헌정사 첫 1야당 대표 구속기로···이르면 밤늦게 결과
쌍방울 대북 송금·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심사 끝나면 서울구치소 대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과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국가 의전 서열 8위인 제1야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 검은색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뒷문에 도착했다. 약 1시간 전부터 이 대표를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과 혼란에 대비하기 위한 경찰 수십명이 대기했다.

이 대표는 검은색 지팡이와 우산을 들로 홀로 차량에서 내렸다. 24일 장기간 단식으로 거동이 불편해 보였으나, 주변인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 짙은 남색 정장과 흰색 셔츠를 입었으며 넥타이는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떤가’, ‘증거인멸 교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어떻게 방어할건가’ 등의 질문을 했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치료를 받던 녹색병원에서 출발할 때부터 법정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올해 초 대장동 및 성남FC 의혹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이어 두 번째 신병 확보 시도다.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영장심사에 8명의 검사를 투입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등이 방어에 나선다. 김종근, 이승엽 변호사는 과거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낸 변호인들이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진술과 정황에만 의존하며 관련자들에 대한 강압 수사를 했다고 반격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제1야당 대표로서 수사·재판에 성실히 응한 만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26일 밤, 늦어도 27일 오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심사를 마친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한편, 이날 법원 밖 서울 서초구 법원로에는 이 대표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약 1시간 전부터 진을 쳤다.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검찰독재 규탄” 또는 “이재명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도로에는 이 대표 구속 여부를 둘러싼 찬반 입장이 담긴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압·구·정(압수수색·구속영장 남발·정치검사) 검사독재 탄핵”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 현수막도 걸렸다. 경찰이 두 시위대를 통제해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